▲ 김학태 기자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전원(9명 중 정부 당연직 1명 제외)이 사퇴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혔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29일 최저임금 심의요청을 한 뒤 전원회의를 열지 못한 상황이어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절차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성급하게 밀어붙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5월 중 개최 불투명

류장수 위원장은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초 사퇴의사를 밝혔는데 아직 유효하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공익위원에서도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위원들의 경우 이유는 모두 다르고 제가 말할 수도 없다”며 “어제 접촉했는데 모두 그만두는 것으로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류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8명은 3월 초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하는 것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정부 구상대로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눌 경우 현직 공익위원 일부 또는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미뤄졌다. 내년 최저임금을 현행 체계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신임 공익위원 위촉기간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개최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이후 전원회의가 4월에 열리지 못한 것은 지난해(5월17일)뿐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8일 운영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현장방문을 확대하고 권역별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한 마당이어서 계획대로 실행될지 미지수다.

정부가 공익위원 사퇴에 대비해 후임인사를 준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류장수 위원장은 “사퇴의사를 밝힌 3월 이후 계속적으로 정부에 (공익위원 위촉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에 5월 말 전원회의 개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익위원 위촉에 1~3주 걸리는 만큼 (5월 전원회의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결정구조 이원화 정부 입장에 사퇴 결심”

공익위원들이 사퇴를 결심한 것은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를 추진하면서부터다. 류장수 위원장은 “지난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결정구조 이원화를 얘기했고 얼마 안 가 정부 입장을 언론에서 확인했다”며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사퇴서를 내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공익위원들도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 논의를 생략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실제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와 취임 직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과 함께 결정체계 이원화를 언급했다. 이재갑 장관은 이에 화답하듯 올해 1월 초안을 발표했다.

류 위원장은 “정부가 개편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든 말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공익위원은 정부가 결정체계 이원화를 추진하면서 공익위원 전원 물갈이 메시지를 던진 것에 불만을 내비쳤다. 한 공익위원은 “올해 1월 노동부가 개편초안을 발표하면서 공익위원을 100% 교체하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줬는데 어떻게 복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올해 1월 노동자위원뿐만 아니라 공익위원들과도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초안을 발표했는데 공익위원들에게는 사실상 권한정지 통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해 최저임금법 개정을 기다리면서 내년 최저임금 심의요청을 지연한 과정도 직간접적인 사퇴압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정부는 책임지고 최저임금위를 정상화하고 공익위원들은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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