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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면직에 묻어난 노동에 대한 시각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광주법률원)
▲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광주법률원)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 인사규정에는 ‘형사상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을 때’를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돼 있다. 재단 소속 노동자 A씨는 재단에 입사하기 전 사회적기업의 대표직을 수행했고, 재단 재직 중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발생한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단은 집행유예를 받은 것을 이유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다가 A씨가 재단을 상대로 임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자 집행유예 판결 확정일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형사상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을 때’에 해당한다며 당연면직 처분을 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두 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법률적·도덕적 이유에서 당연면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단의 논리, 특히 도덕성을 언급한 부분은 곱씹어 볼수록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듯해 씁쓸했다.

우선 “당연면직 사유인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에 집행유예도 포함되므로 법률적으로 당연면직시켜야 한다”는 논리에 관해서다. 당연면직 처분의 형식인 해고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당연면직 처분 사유의 해석도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는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징계절차에 따라 당사자에게 소명권이 보장되는 징계절차가 아닌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돼 사용자가 노동자를 당연면직해도 노동자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은 형사상 범죄로 구속돼 있는 노동자가 현실적인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신체의 구속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내용의 유죄 판결, 즉 실형 판결을 받은 경우만을 의미한 것이며 집행유예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당연면직 사유인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에 집행유예도 포함된다”는 법률적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이므로 재단의 노동자에게도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노동자는 도덕적이지 못하므로 당연면직돼야 한다”는 논리에 관해서다. 우선 재단이 이야기하는 도덕성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도덕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도덕이란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의 행복과 자유를 위한 기준이며, 이를 위해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침해하는 것을 없애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단은 '도덕'을 판단할 때 노동존중, 노동권 보호, 민주적 의사결정 등 재단 스스로 준수해야 할 규범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를 권력자가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함부로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개념으로 봐야 하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개념으로 악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재단 노사관계에서 도덕이란 소속 노동자들 노동권 존중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재단의 인사규정상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의 의미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는 노동존중 시각에서 실형 선고를 받아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로 제한해 해석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재단 주장과 같이 업무와 전혀 무관하고 영향을 끼치지 않은 집행유예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은 노동자가 재단에서 근무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과 근로관계 종료로서의 해고는 별개 문제다. 형사처벌은 공동체의 약속인 규범을 어긴 개인을 처벌함으로써 사회적 공동체의 질서와 공동체 구성원들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해고는 회사 공동체의 질서와 직장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이유로 한 노동자 해고는 형사처벌이 회사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논의를 확장하자면 노동자가 길을 걷다가 쓰레기를 버려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회사가 징계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도덕 등 보편적 가치를 노동자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하고 사용자에게는 느슨하게 적용하거나, 적용조차 하지 않은 경우를 자주 본다. 공존을 위한 약자 보호가 전제인 보편적 가치마저 강자인 사용자에 의해 해석되고 적용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이유다.

김성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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