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이후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원청에 안전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조선하청노동자대량해고저지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017년 5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자료사진>

법원이 31명의 사상자를 낳은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전도사고가 현장 노동자 잘못으로 발생했다고 판결했다. 노동계는 "현행 법체계로는 노동현장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재판 15명 중 실형 한 명도 없어
법원 "집중력 유지 못해 사고 발생"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유아람 부장판사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 전·현직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직원 등 15명에 대해 1심 판결을 했다. 7명은 금고형 집행유예, 4명은 벌금, 4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2년 전 노동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이동 중이던 골리앗크레인이 고정식 타워크레인과 충돌했다.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면서 휴게실을 덮쳐 6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유아람 부장판사는 이 사고가 골리앗크레인 조작 직원들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골리앗크레인 신호 작업자 2명에게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골리앗크레인을 조작하던 노동자 5명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골리앗크레인과 부딪친 타워크레인 담당 노동자 4명에게는 500만원에서 7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유 부장판사는 "신호수 등 크레인 신호·조작 직원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가 유족과 합의한 점, 부상자 피해 회복에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사고 규모·내용 보면 원청 책임 분명, 이해 못할 판결"

원청에게는 사실상 사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당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던 김아무개 거제조선소장 등 안전보건 담당 직원 4명과 삼성중공업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관리자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났다는 점은 입증하기 힘들다"며 "(원청 산업안전 책임자가) 개별 중장비를 관리·감독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할 주의·감독 의무는 없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고와 별개로 안전보건협의체 운영의무를 위반한 점을 문제 삼아 김 전 소장과 삼성중공업 법인에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은 경찰수사 때부터 예견됐다. 경찰은 2017년 6월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직원 25명(원청 17명·하청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8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장 안전관리자와 크레인 운전수·신호수가 주위를 살피지 않고 작업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골리앗크레인 신호수 한 명만 구속했다.

노동계는 "삼성중공업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사고 규모나 내용으로 봤을 때 원청에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데도 기업과 책임자 모두 면죄부를 받은 이해 못할 판결이 나왔다"며 "중대재해는 원청에 책임을 물어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를 법원이 역설적으로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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