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기대는 불만으로 바뀌었다. 집권 2년, 문재인 정부를 보는 비정규 노동자들 눈길이 싸늘해지고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과 직장갑질119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 노동자 1천2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정부 노동정책 평가와 개선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다. 비정규직 공동투쟁 소속 노동자와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조사에 참여했다. 인터넷·이메일과 출퇴근 시간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낮은 임금·고용불안 … 비정규직 80% “직장생활 불만”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만족도를 묻는 항목에서 86.9%가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답한 이들은 90.2%나 됐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취임 2년 만에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문재인 정부 대표 노동정책에 부정적 시각이 드러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과 관련해 “정책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문제해결에 영향이 없다”고 답한 이가 95.1%였다. 자회사 전환 방식이 문제라는 답이 6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따른 소득증대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오히려 월급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90%를 기록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중도 85.8%였다.

응답자의 82.6%는 직장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 피해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8.3%였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은 ‘모른 척 넘어간다’가 45.1%로 가장 높았다. 개인적 항의(22.6%), 집단 대응(12%), 관련기관 신고(11.6%)가 뒤를 이었다.

직장생활 만족도를 물었더니 ‘불만’이라는 응답 비율이 80.7%로 높았다. 불만족스런 원인으로 낮은 임금(36.5%)과 불안정한 고용(34.3%)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장시간 노동도 13.6%였다. 이들 단체는 “비정규 노동자의 불안정·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필수 요소로 ‘정부 의지’를 꼽은 응답자가 5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노동 친화적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 비율이 40.6%로, 후퇴할 것이라는 응답 59.3%보다 낮았다. 응답자의 88.8%는 “문재인 정부에 노동존중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고 답했다.

“11일 비정규직 대행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전국 13개 국립대병원의 경우 단 한 곳도 파견·용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즉각 실시하도록 (해당 기관에)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전국 8개 국립대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비정규 배달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신분의 배달노동자들은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해서 상당한 기대를 했지만 최근 (산입범위 확대같이) 후퇴하는 정책을 해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은 특수고용 신분으로 노동법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11일 비정규직 대행진에는 비정규 노동자와 청년·시민사회 등 3천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 비정규직 금지법 제정,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공공부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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