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선 비준 후 입법’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과거 국내법 개정 전에 협약을 비준한 사례가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27개 협약 중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한 2개 협약이 비준 후 국내법이 개정됐거나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동의를 받아 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국회에 제출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협약 효력 발생 전(비준 후 1년)에 개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 ‘한국의 ILO 협약 비준 관련 동의 여부 및 비준동의 대상 협약에 대한 법률안 개정현황’을 확인했더니 한국이 비준한 27개 협약 중 2개 협약이 국내법 개정 전에 국회 비준동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1월28일 비준서가 등록된 취업최저연령협약(138호)은 같은해 12월에야 관련법인 아동복지법이 개정됐다. 선원 노동조건 관련 국제기준을 규정한 해사노동협약(MLC)은 2014년 1월9일 비준서 등록 후 1년이 지나 효력이 발생했으나 선원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그간 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입법조치가 완료돼야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취업최저연령협약과 해사노동협약 사례를 볼 때 국내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국회 동의 절차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국회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개정안이 여러 개 제출돼 있다.

이정미 의원은 “ILO 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97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는 비준서 기탁 후 1년 뒤 효력이 발생하게 돼 있다”며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뒤 효력발생 전인 1년 남짓 동안 ILO 기준에 맞게 법 개정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영화 촬영처럼 모든 조건을 준비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 계류 등 기본조건만 충족되면 정부 의지로 비준절차를 개시하면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절 메시지에서 밝혔듯 노동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ILO 100주년을 맞아 보여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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