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18 일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형동의 노동현안 리포트
5·1 노동절 감상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노동절을 축하합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제1 야당 대표만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지 의견을 내지 않았다. 129주년 노동절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여러 단위에서 개최됐다. 한국노총은 '노동은 존중, 안전은 권리, 나눔은 희망'을 걸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필자는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5킬로미터 가족걷기에 참가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축하받아야 할 날이기에,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May Day’를 축하했다.

고용노동부도 노동절을 축하하는 모양이다. 노동부는 “1886년 5월1일, 미국 노동자 25만명 이상이 거리에 나서 ‘일 8시간 노동’을 외치며 시위를 펼쳤습니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일어선 5월1일은 세계 모든 노동자를 위한 날로 자리 잡았고, 이것이 근로자의 날(노동절)의 기원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광복 직후에 10여년 이상 5·1절을 기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58년부터 93년까지 36년간 제 이름을 잃었던 노동절이 94년부터 다시 5월1일로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법률상 5·1절이 여전히 ‘근로자의 날’이라는 점이다. 진짜 이름 ‘노동절’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촛불정부 2년, ‘노동’은, 그 누구에게는 아직도 쉬이 꺼내기 어려운 부끄러운 말인가 보다. 노동절을 소개하면서, 노동부는 동시에 ‘근로자의 날’이라고 표현한다. 고충은 있겠지만 자신 있게 ‘노동절’ 본래의 이름을 불러 줘야 하지 않겠나. 모든 사고의 시작은 바른 이름 붙이기(정명)가 돼야 한다.

우리에게 노동절은 반쪽짜리다. ‘반의반쪽’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리라. 공무원들은 아예 자신들을 스스로 ‘노동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원에서부터 학교 대부분에 이르기까지 ‘공무원’인 ‘노동자들’은 어제처럼 일한다. 따지고 보면 노동현장에서 공무원노동조합이 인정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공무원은 노동자인가’라고 물어야만 하는가. 이 땅 노동자라면 5월1일 하루 모두가 서로 격려하고 자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저희는 쉴 수 없습니다. 노동절이 뭐예요?” 이맘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뉴스꼭지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휴일근로 가산수당(50%)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노동절에 노동자를 사용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다. 이들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동절을 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대부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그래서 노동법이 훨씬 더 많이 보호해야 함에도 도리어 사각지대다. 노동법의 모든 혜택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해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할 분명한 까닭이다.

2년 전 노동절이 생각난다. 그날 모든 언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7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기념식 및 대선승리-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식’에서 김주영 위원장과 협약서에 서명한 뒤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대선후보로서 노동절을 맞아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총과 정책연대를 선언했다. 굳게 마주 잡은 두 손을 높이 들고서, 김주영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꼭 당선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 차원에서 전 조직적인 당선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두가 똑똑히 기억하듯 3월10일(한국노총 창립일, 옛 근로자의 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와 시민들로부터 탄핵을 당했다. 한국노총은 곧바로 조합원들에게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총연맹이 지지할 후보를 물었다. 결과는 문재인 후보였다. 4월10~25일 조합원 67만4천464명이 참여한 총투표에 35만1천99명이 참여했다. 무려 16만4천916명(46.97%)의 조합원이 노동자 삶을 책임지고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보장할 후보로, 한국노총과 함께 갈 후보로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100만 조합원의 뜻과 같았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주요 노동공약을 살펴보게 된다. 공약 대부분은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협약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위법한 행정지침 폐기,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단축, 경제민주화 실현,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 노동기본권 온전한 보장,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업무 정규직 고용 및 비정규직 감축 등이다.

그러고 보니 적지 않은 공약이 실천됐다. 그럼에도 마음 한곳이 허전한 이유는 뭘까. 오늘 같은 날, 대통령이 함께했더라면 훨씬 뜻깊지 않았을까. 2년 전 “문재인 후보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노동자가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무엇보다 “며칠 후 5월1일 노동절에는 후보로, 내년에는 ‘노동자의 대통령’으로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는 약속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내년’을 기다린다. ‘노동자의 대통령’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동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