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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공무원·교원의 정당가입·선거운동 제한은 인권침해"세월호 참사 의견표명·정부정책 비판 처벌 부당 … 인권위 국회·정부에 관련 법령 개정 권고
▲ 인권위는 29일 공무원·교원의 정치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전교조·공무원노조·공노총이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자료사진>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표현과 정당가입,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법령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국회와 정부에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9일 "국회의장에게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정부부처에는 소관 법률 조항과 하위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공무원·교원, 정치자유도 박탈
"우리는 정치적 금치산자"


공무원과 교원은 1998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기부는 가능해졌다. 그뿐이었다. 현행법은 현업공무원을 제외한 전체 공무원에게 선거운동을 비롯한 사실상 모든 유형의 정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현업공무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현업기관 작업 현장에서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일컫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우정직공무원이 대표적이다. 일부 직종 공무원은 단결권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다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단체행동권과 정치자유는 보장받지 못한다.

공무원·교원의 정치활동은 여러 법령으로 통제받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국가공무원 복무규정·지방공무원법·경찰법·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등에 정치운동·정치활동·정치관여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심지어 노조활동과 관련한 법률인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도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정당가입은 물론 선거운동, 선거에 관한 의견개진, 투표 권유 행위가 이중 삼중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공무원·교원은 선거철이 되면 정치적 금치산자로 전락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유엔·ILO도 수차례 '정치자유 보장' 권고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인권위는 2006년 1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07~2011) 권고안'을 만든 뒤부터 모두 세 차례 정치활동 보장 범위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가 네 번째다.

국제사회의 요구도 끊이지 않았다. 2011년 6월 프랑크 라 뤼 국제연합(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총회에서 한국의 촛불시위 이후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후 시위참가자와 단체들에 대한 정부탄압을 지적했다. 라 뤼 특별보고관은 여기서 한국 정부에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111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에 기초를 둔 차별을 금지한다. ILO 기준적용위원회는 2015년과 2016년 교원이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는 유엔과 ILO 권고를 모두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치기본권 제한 제도는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나 국정역사교과서 논란 당시 정부 정책을 비판한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정치의견이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진보정당에 월 1만원을 후원한 1천800여명이 처벌을 받았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한 교사의 사법처리를 중단하고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률 개정을 권고해 달라"고 요구한 진정사건을 검토하면서 나왔다. 인권위는 "공무원·교원이 공직수행의 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기본권 주체가 됨은 헌법과 국제규약, 판례 등에 비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교원 후속 대응 주문

당사자인 공무원·교원노조들은 정부와 국회에 조속한 후속대응을 주문했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한 시대착오적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직무상 의무에 해당하고 공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이 가능해야 한다"며 "정부는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재한하는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정당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연월 공노총 위원장은 "공무원은 공직자이자 동시에 국민"이라며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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