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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과 욕설로 얼룩진 국회] ‘감금·점거·육탄전’ 패스트트랙 밤샘 충돌33년 만에 국회의장 경호권 발동 … 7년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 정기훈 기자

자유한국당의 육탄방어에 “25일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상정한다”는 여야 4당의 합의는 결국 좌절됐다. 여야는 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밤새 충돌했고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은 1986년 이후 33년 만이다. 의안과 앞은 물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등에서 올리는 고성과 몸싸움으로 국회는 내내 시끄러웠다. 물리적 충돌로 국민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며 여야 합의로 2012년 제정한 국회선진화법은 무력화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이 원하는 법안”
자유한국당 “입법 쿠데타”

26일 새벽 3시50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물리력을 동원한 패스트트랙 추진 시도를 일단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원내대표와 협의해 더 이상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철수를 시작했다”며 “오늘(26일) 아침 9시 의원총회에서 여러 의원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자유한국당에 단호히 맞서 패스트트랙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패스트트랙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여당이니까 어떤 사고가 발생할까 (우려가 돼) 결단을 내려 (패스트트랙 추진 시도를) 중단시켰다”며 “자유한국당이 공수처를 막기 위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사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몸싸움에 앞장서면서 국회법을 위반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고발하겠다”고 전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에는 의장석·상임위원장석을 점거하거나 회의장 출입 방해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국회에서 쟁점안건의 심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건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심의하자”는 목적이다. 효율적 심의를 위한 패스트트랙이나 소수의견 개진 기회를 보장한다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조항도 그때 생겼다.

홍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법안 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유한국당 지적에 대해 “국회 의안과는 사무실 모니터를 자유한국당에 점거당해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가 법안을 입력한 시간과 주체를 확인하면 된다”며 “우리가 법안을 입력했는데 자유한국당이 편취했거나 파괴했다면 공문서 손괴가 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공수처 설치법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팩스로 의안과에 제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 7층 의안과를 봉쇄하고 팩스마저 고장 나 이메일로 다시 제출해야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안 제출 무효를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직접 들고 의안과를 찾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현수막으로 인간띠를 만들어 몸으로 막아섰다. 자유한국당은 “입법 쿠데타다” “날치기 꼼수가 정부·여당의 민낯”이라며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원하는 고위공직자 비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다” “협조해 달라”며 법안 제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일어났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면서 방호과 직원들과 자유한국당 의원 간 충돌이 일어났다. 의안과 앞 출동은 새벽까지 계속됐다. 26일 새벽 1시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법안 제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졌고 탈진과 부상으로 김승희·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구급차에 실려 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안과 문 개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쇠지렛대가 등장해 또 한 차례 양측이 충돌했다.

새벽 2시40분 사개특위 열렸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정회

패스트트랙 상정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과 여야 4당 합의에 따라 추진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아침부터 26일 새벽까지 격렬하게 부딪쳤다. 자유한국당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대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투입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감금상태였던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인터뷰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졌다. 채 의원은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한 상황에서 감금 6시간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25일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했다. 권 의원이 공수처법 협상안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일방적 사보임 결정에 항의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회의장 세 곳을 점거했다. 공수처 설치법안 논의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운영위원장실 앞 회의장 앞까지 점거하며 사개특위 개최를 막아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밤 9시께 패스트트랙 법안이 모두 접수된 것으로 간주하고 30분 차이를 두고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개의를 시도했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범계·표창원 의원 등이 사개특위 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몸으로 막아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구호에 맞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밀어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이상민 의원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일도 있었다. 새벽 내내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회의장소를 확보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의 싸움이 계속됐다. 어렵사리 새벽 2시40분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6면만 참석해 의결정족수(11명) 부족으로 40분 만에 정회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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