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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수년 전 협동조합을 공부하던 노조 활동가 몇몇이 뜻을 맞춰 장년사회연구소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은퇴 시기가 가까워 오는 노동자들의 퇴직 후 삶에 대한 준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은퇴자들에게는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협동조합이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하듯, 각자 바쁜 일과 일상에 빠져 협동조합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결국 당사자들이 좀 더 노인이 돼야 협동조합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으려니 하는 자조와 함께, 말 그대로 휴면 조합 상태로 놔두고 있었다.

얼마 전 노후희망유니온에서 노인들의 노동권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볼 의향이 있는지 물어 왔다. 짬을 내기가 만만치는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장년사회연구소를 만들자고 했을 때의 문제의식도 있고, 또한 노인 노동권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동의했다.

노인 노동권에 대한 기존 연구가 있는지 살펴봤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노인 노동권에 대한 연구는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연금 문제 등 노인들의 사회보장과 복지에 대한 논의들은 꽤 있지만, 일을 하는 노인들의 노동 권리에 대한 연구나 실태조사는 없었다.

다만 중요한 노인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2007년 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정부가 매 3년마다 노인 실태조사를 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실태조사에는 가족관계 및 사회적 관계, 노후생활에 대한 인식, 건강상태, 여가 및 사회활동, 생활환경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편 서울시에서도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 조례’에 따라 2년마다 노인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진행했다.

일을 하는 노인들의 노동권에 대한 조사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해 노인들의 일과 일자리에 대한 특성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일주일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경우를 '일'이라고 전제할 경우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현재 일을 하는 비율은 30.9%다. 종사하는 직종은 단순노무가 40.1%로 가장 많고 그다음 농림어업숙련이 32.9%를 차지한다. 일을 하는 이유로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73.0%, 용돈 마련 목적이 11.5%를 차지한다. 노인들은 능력 발휘나 경력 활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일을 하는 노인들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9만원 이하가 32.5%를 차지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도 소득이 없다고 한 경우도 11.9%에 이르러 결국 일을 하는 노인들 중 45%에 이르는 이들이 받는 근로소득은 한 달에 30만원이 되지 않는다. 노인들의 일자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를 묻는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도 경제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주거 3.5점, 건강 3.2점, 사회·여가·문화 활동 3.2점인 데 비해 경제상태 만족도는 2.9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이 속도대로라면 2025~2026년에는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현실을 보면, 초고령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한국 노인들의 삶의 모습은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은퇴 후에도 상당수 노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정책과제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를 갖기 힘든 현실임이 분명하다면,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인들의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노인 노동권에 대한 논의는 로봇의 출현으로 인한 인간의 생물학적 노동 연령 기준에 대한 문제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노동 권리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번 노인 노동권에 대한 실태조사는 작은 규모로 진행하겠지만, 향후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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