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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예술인들도 노동자다"
▲ 정기훈 기자

"초일류 문화강국·한류 같은 슬로건은 난무하지만 기초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여전히 방치돼 있는 상황입니다. 창작예술인이 창작노동자라는 인식이 사회적·제도적으로 자리 잡아야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환경을 개선할 수 있어요."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56·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시쳇말로 예술로 밥 먹고 사는 예술인은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지난해 평균 1천281만원에 머물렀다. 그중 미술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 수입은 연평균 868만8천원에 불과했다. 한 달에 80만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이다.

1961년 창립돼 미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미술협회는 미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복지를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외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25일 오전 이범헌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창작예술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미술인이라 적고 무직으로 읽다"

- 예술인들의 생활고는 심각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실태는 어떤가.
"작가가 작품활동을 유지하려면 생계유지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작품활동에 온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생계 문제로 많은 예술인들은 학원 강사·겸임교수·시간강사로 일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급여나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한다. 결국 예술인들은 사회에서 무직자로 취급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인은 직업인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술인 신분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미술가의 창작활동을 특수노동으로 취급해야 한다."

- 2011년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 알려지고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됐다. 예술인 복지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2012년부터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큰 발전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애초 보편적인 문화복지 개념에서 시작돼 미술가 같은 순수예술인을 도리어 소외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인의 정의는 전문예술인과 아마추어예술인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 법을 근거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시행하는 재정지원사업 대상에는 특정 예술 분야를 전공하고 자신의 생애를 걸고 작품활동에 임하는 전문예술인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센터·주민센터 문화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취미 삼아 예술을 배워 시작한 사람도 포함된다. 전문예술인들 입장에서는 아마추어 예술인과 차등 없는 지원에 상실감이 크다. 순수예술인의 열악한 환경에 초점을 맞춰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예술품도 재화로 인정해야"

-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예술인을 노동자로 규정하는 일이다. 예술인은 지금까지 사실상 무산자 집단으로 인식돼 왔다. 더는 그래선 안 된다. 노동자로 인정하고 4대 보험 등 노동자가 지닌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 예술창작행위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예술인을 노동자로 규정한다면 예술인이 만든 미술품도 법적 재화로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예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 예술인의 노동자성에 사회적 고민이 깊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인이니까, 예술을 하려면 열악한 삶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예술인들이 지니고 있었다. 예술인 스스로 창작행위가 창작노동임을 인식하지 못하니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 예술인의 노동자성 확보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다. 예술인 지위와 복지에 관련한 조례 개정부터 법안 제정까지 문턱이 너무 높다. 한국미술협회에서는 제도 보완점을 이야기하는 세미나를 열고, 국회·행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려 하지만 직접적인 피드백 없이 공허한 주장이 반복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하지만 계속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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