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도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대상판결 : 서울고법 2019. 3. 7. 선고 2018누39036 경정청구기각처분취소

1. 사실관계

원고는 A사의 무기계약직 직원이었다가 A사와 노조의 합의로 이뤄진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신청했고, 2014년 1월1일자로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됐다. 이후 A사는 2015년 6월 희망퇴직1)을 실시했고, 원고는 희망퇴직을 신청해 그 무렵 퇴직했다. 원고는 희망퇴직하면서 법정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법정퇴직금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에 따라 지급하는 퇴직금이었고, 특별퇴직금은 희망퇴직을 신청한 자들에게 지급하는 별도의 퇴직금이었다. 이후 관할 세무서는 원고가 희망퇴직하면서 지급받은 퇴직소득(법정퇴직금+특별퇴직금)에 대해 퇴직소득세를 부과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퇴직소득세는 퇴직소득액을 근속연수로 나누는 방법으로 산정하므로(소득세법2) 48조·55조 참조) 근속연수가 길면 길수록 퇴직소득세가 적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근속연수의 기산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관할 세무서는 원고의 퇴직소득(법정퇴직금+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하면서 근속연수의 기산점을 정규직 전환일로 한 바, 원고에게 인정된 근속연수는 2년(정규직 전환일인 2014년 1월부터 희망퇴직일인 2015년 6월까지)이었다. 그런데 원고와 함께 희망퇴직한 자들 중에는 원고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동일·유사업무를 했으나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자(미전환 직원)도 있었는데, 위 미전환 직원들의 관할 세무서는 미전환 직원들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서 입사시점을 근속연수의 기산점으로 산정했다. 미전환 직원들에게 인정된 근속연수는 10년가량(입사시점부터 2015년 6월 희망퇴직일까지)이었다.

이로 인해 원고는 위 미전환 직원들과 비슷한 기간(약 10년) 동일·유사한 업무를 했고, 거의 동일한 액수의 특별퇴직금을 받았음에도, 위 미전환 직원들에 비해 1천500만원가량 많은 퇴직소득세를 내게 됐다.

이에 원고는 특별퇴직금은 최초 입사일부터 희망퇴직일까지의 장기간 근로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실질을 고려해 근속연수 기산점을 최초입사일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3)하며, 관할 과세관청에 퇴직소득세 경정청구를 했다.

그러나 과세관청과 조세심판원은 ‘원고와 A사와의 근로관계는 정규직 전환에 따라 단절됐으므로 근속연수 기산점은 전환일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원고는 경정청구기각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법원의 판단

가. 수원지법 2017구합67415 판결(제1 대상판결)
1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① 이 사건 희망퇴직은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하고, 원고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자들의 근속연수 역시 10년 이상인 점 ② 원고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자들은 정규직 전환 전후로 업무의 중단 없이 종전과 동일한 근무장소에서 거의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한 점 ③ 정규직 전환자들에 대한 특별퇴직금 지급 조건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미전환 직원들과 동일하고, A사가 특별퇴직금 지급기준을 정함에 있어 원고와 같은 정규직 전환 직원들과 미전환 직원들의 근속연수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보면, A사는 원고와 같은 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최초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의 근무기간을 통산한 장기간의 근속에 대한 공로 등을 참작해 이 사건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정규직 전환 전 근무기간을 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산정시 근속연수에 산입하지 않은 것은 소득세법 시행령 105조1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즉 제1 대상판결은 특별퇴직금이 장기간의 근속에 대한 대가로 지급됐다는 점에 주목해 이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실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다.

나. 서울고법 2018누39036 판결(제2 대상판결)
제1 대상판결의 항소심인 제2 대상판결도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① 원고가 지급받은 이 사건 특별퇴직금은 그 지급요건과 산정 방식 등이 미전환 직원 등 다른 직급 직원의 것과 같으므로 원고가 지급받은 이 사건 특별퇴직금의 실질을 다른 직급의 직원들이 받은 특별퇴직금과 달리 볼 수 없는 점 ②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퇴직금 정산 및 신규채용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원고가 정규직 전환 전후로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계속 수행한 이상 이는 근로형태를 변경한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로 볼 수 없는 점 ③ 정규직 전환 당시에는 이 사건 희망퇴직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제출한 사직서와 동의서의 내용이나 정규직 전환 공모에 기재된 내용을 이 사건 특별퇴직금에 관해 적용할 수는 없는 점 ④ 이 사건 특별퇴직금이 조기퇴직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과 병존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A사는 특별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정규직 전환 전 근속연수도 반영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
즉 제2 대상판결 역시 특별퇴직금의 실질을 고려한 과세를 하는 것이 소득세법 등 제반 법령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다.

3. 판결의 의의

국세기본법 18조1항은 “세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과세의 형평과 해당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춰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14조2항은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1조는 “이 법은 개인의 소득에 대해 소득의 성격과 납세자의 부담능력 등에 따라 적정하게 과세함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을 도모하고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해, 실질과세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대법원4) 역시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라고 판시해 실질과세의 원칙이 과세의 기본원칙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같은 법률 규정의 내용과 대법원의 태도에 비춰보면 소득에 대한 적법·정당한 과세가 되기 위해서는 그 소득의 성격과 실질을 반드시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과세는 위 법률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한 과세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2 대상판결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형식적인 사유보다 원고가 지급받은 특별퇴직금의 실질이 무엇인지에 주목했고 A사가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게 된 경위, 지급조건 등을 고려해 특별퇴직금은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으로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특별퇴직금이 장기근속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질을 갖고 있는 이상 이에 대한 과세를 함에 있어서는 그 실질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국세기본법과 소득세법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소득의 실질을 고려해 그에 조응하는 과세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1·2 대상판결은 특별퇴직금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서 조세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는 오늘날 위 판결이 관련된 사안들의 긍정적인 선례로서 작용하고 국세청이나 세무서 등 각급 과세관청의 실무처리에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각주>
1) 정년에 이르기 전에 퇴직하는 것으로 통상 ‘명예퇴직’이라 일컬어지고 이하의 ‘특별퇴직금’은 통상 ‘명예퇴직금’을 의미한다.
2) 2016. 12. 10. 법률 143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 법정퇴직금에 대한 근속연수 산정과 법정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에 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는 행정소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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