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노회찬의 꿈은, 노회찬의 정치는 무엇일까. 노회찬의 꿈과 정치를 누가 어떻게 이어 갈 수 있을까.

올해 1월 출범한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이사장 조돈문)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회찬재단 사무실에서 첫 노회찬포럼을 열었다. 노회찬 정신을 계승해 한국 사회 개혁과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포럼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포럼 주제는 ‘노회찬의 꿈, 노회찬의 정치는 무엇인가’다. 재단은 “한국 사회가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많은 개혁과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올려놓았던 노회찬 정치의 핵심요소가 무엇이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며 “노회찬포럼의 주제와 논의방향을 가늠하고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 진보정치인 노회찬

이날 주제발표를 한 조현연 재단 특임이사(전 노회찬마들연구소장)는 노회찬의 꿈과 정치를 한마디로 규정하지 않았다. 다만 노회찬에 관한 기록을 탐색하면서 노회찬의 꿈과 정치를 가늠하도록 했다.

노회찬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생일선물로 받은 <재미있는 발명 발견 이야기>를 읽고 발명가를 꿈꿨던 소년이었다. 이 꿈은 유신독재에 저항하고 노동운동가로 살면서 “인간해방” “노동해방”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노동존중 사회” “선진복지국가”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로 구체화됐다.

조현연 이사는 “정치인 노회찬이 도달한 꿈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세우고 집권을 해서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요약했다. 그는 “노회찬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를 통해서만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며 “진보정당의 꿈을 이루지 않고서는 정치가 사람의 희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진보정당의 현실적 쟁점인 노동운동과의 관계, 정파 문제, 진보정치의 세속화 전략,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사회민주주의, 정치 리더십 등 진보정치인 노회찬이 맞닥뜨렸던 기록을 샅샅이 훑었다.

노회찬은 낙관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였다. 조 이사는 “노회찬은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의 우월성뿐만 아니라 스스로 감시하고 파괴하고 부정하면서 스스로 혁신하는 진보의 속성 때문에 진보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했다”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크다고 한 휴머니스트였다”고 말했다.

국민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는 '노회찬 정치'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김태현 한겨레일과사람연구소 이사장(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회찬은 진보정당 가치를 강한 노동과 넓은 복지, 생태와 평화의 존중으로 정의했다”며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동존중 사회라는 노회찬 꿈을 이어받겠다고 한 노회찬재단의 존재이유”라고 밝혔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주의에서는 운동보다 정치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민중 권익을 보호·신장하는 최고의 진보적 실천”이라며 “정치는 이상적 최선을 실현할 수 없고 고통스런 윤리적 도전을 감당해야 하지만 그 길에서 인간미를 잃지 않고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며 나날이 전진하는 데 인생 전체를 거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노회찬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2004년 한국 사회 근간을 바꾸려는 비전과 이를 서민 대중의 언어로 변주하려는 끝없는 시도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전례 없는 양당 대결구도 선거판을 돌파했다”며 “다시 반동적인 양당 구도로 돌아가려는 지금 노회찬은 없지만 그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전했다.

노회찬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지낸 박창규 재단 사업기획실장은 “노 의원이 말한 ‘진보정치의 세속화’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정치활동의 체질화를 진보정치인에게 강조한 표현”이라며 “진보정당은 그가 남긴 정치를 진보정치 세속화를 통한 진보정치로 업그레이드하고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비전을 만들면서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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