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졸속 처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중단된 ‘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심의를 서면으로 다시 추진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졸속 심의”라고 비판하고 심의 중단을 요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종합계획 심의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 때문에 보류됐는데, 정책심의위가 또다시 서면으로 졸속 심의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5년마다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건강보험 종합계획 내용은 지난 10일 복지부가 연 공청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종합계획에는 향후 5년(2019~2023년) 동안 41조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행 62% 수준에서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재원을 건강보험료 인상으로만 충당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는 공청회 개최 이틀 뒤인 지난 12일 정책심의위 회의에서 종합계획을 확정하려 했지만 일부 가입자대표 위원이 절차상 문제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보류됐다. 심의위는 서면으로 위원들의 의견을 제출받아 24일께 종합계획 심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는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배제됐다고 했다. 운동본부는 “복지부가 관장하는 심의위 중심의 일방적 논의가 진행됐고, 시민사회는 기초연구단계에서 자문단 등에 매우 제한적으로 참여했다”며 “지난달 31일 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하는 국민참여위원회에서 한 차례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논의 결과는 확인되지 않고 어떤 내용이 종합계획에 반영됐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가입자대표 위원으로 심의위에 참여했던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종합계획을 발표하기 전 정부가 자문단 회의와 심의위 소위원회를 몇 차례 열긴 했다”며 “내용은 방대한데 논의 시간은 너무 짧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 위원장은 “(정부측이) 사전에 자료도 배포하지 않아 토론 자체가 너무 폐쇄적이고 제한적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12일 심의위 회의에서 가입자대표 위원들이 의견수렴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서 복지부가 결국 한발 물러섰지만 서면 회의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했다”며 “우리나라에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면회의가 아니고 서면회의로 종합계획이 수립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종합계획안에는 올해 인상된 보험료율 3.49%를 2022년까지 유지하고 2023년 이후로도 추가 보장률 제고 계획 없이 보험료를 3.2%씩 계속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돈은 가입자가 내고,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이익은 병원과 의사들이 챙기는 구조”라고 꼬집어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