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판매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서비스연맹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면세점이 고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판매노동자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 폭로로 유통기업이 판매노동자의 고객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실태가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유통기업들에 "화장실 사용 제한을 개선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연우 한국시세이도노조 위원장은 "직원 전용 화장실은 판매 현장에서 멀리 있고 매장을 오래 비워 둘 수 없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며 "기업들은 노동부 요청을 듣지 않고 노조 요구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가영 부루벨코리아노조 사무국장은 "한 칸짜리 직원용 화장실로 인해 길게 줄을 서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용하지 못하고 돌아오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주제로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참담하다"며 "인권위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판매 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진정에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면세점에서 일하는 12개 업체 판매노동자들이 동참했다.

한편 김승섭 고려대 교수(보건과학대)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백화점·면세점 판매노동자 2천806명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1천677명(59.8%)이 "지난 1주일 새 일하다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유로는 "매장에 인력이 부족해서"라거나 "화장실이 멀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이 42.2%(1천185명)나 됐다. 방광염 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20.6%(578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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