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사가 정년이 가까운 직원들에게 제2의 인생 설계기회를 주기 위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에게 5개월 유급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위원장 송병준)는 지난 19일 조합원들에게 "2018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부는 지난해 11월 사측과 보충교섭을 시작했다.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같은해 9월 산별교섭에서 임금 2.6% 인상과 임금피크제 도입시기 1년 연장 등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사측은 다른 회사보다 임금피크제 진입시기가 늦은 만큼 시기 연장에 난색을 표했다. 씨티은행은 직원들이 만 57세가 되는 시점부터 3년간 임금피크제를 운영한다. 퇴직 때까지 임금이 80%·70%·60%로 줄어드는 구조다.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임금피크제 진입시기가 지난해 기준으로 2년 정도 늦다.

노사는 이를 감안해 시기는 그대로 두고 '경력전환휴가'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대상자에게 5개월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지부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노조 가입 범위가 넓다. 관리자급인 3급(지점장 제외)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대다수가 조합원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는 첫해 1개월, 나머지 2년 동안 각 2개월씩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정년인 해에 5개월간 몰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장기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은행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지부는 이달 17일 16차 교섭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경력전환휴가제 도입과 임금 2.6%인상이 핵심이다.

저임금 직군에 대한 별도 협약은 없다. 노사는 2017년 비정규직 34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임금차별을 없앴다. 23일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찬성표가 많으면 29일 조인식을 연다. 노조 산하 지부로는 가장 늦게 교섭을 마무리하는 케이스다. 송병준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고 직원들도 그런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본다"며 "장기 유급휴가로 퇴직을 앞둔 조합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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