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자원기술노조
상수도와 댐·보 같은 수자원시설을 점검·정비하는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홍수·가뭄을 예방하기 위해 일선에서 일하지만 민간위탁이라는 이유로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 대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1단계 대상에서 제외시킨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거리로 나섰다.

수자원시설 점검·정비 노동자들 상경 결의대회

수자원기술주식회사노조(위원장 이천복)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시설 점검·정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4월 중으로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1987년 수자원공사 자회사로 설립됐다가 정부 정책에 의해 2001년 민영화됐다. 2014년과 2016년 각각 이 회사에서 분사해 에코엔㈜·베타㈜가 설립됐다. 노조는 수자원기술주식회사를 모태로 하는 3개 회사 직원들을 조직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98년 설립한 P사와 2006년 설립한 Y사를 포함해 5개 회사가 수자원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수자원시설 점검·정비 업무를 하고 있다. P사와 Y사는 공사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을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교육기관, 2단계는 지자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3단계는 민간위탁기관으로 정했다. 정부는 직접고용 기간제 비정규직과 파견·용역노동자를 전환 대상 비정규직으로 규정했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시설 점검·정비 용역노동자들을 3단계 전환 대상인 민간위탁으로 봤다. 김용식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우리 일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해당하고 국민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며 "노무법인과 연구기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1단계 전환 대상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듣고 지난해 7월부터 정규직 전환 협의를 요구했지만 수자원공사측이 일절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단계 전환 대상인데 배제, 수자원공사 바로잡아야"

노조는 결의대회에서 수자원공사에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한 오류를 인정하고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1단계 전환 대상인 용역을 민간위탁으로 오분류한 경우 정규직 전환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천복 위원장은 "수자원공사는 2001년 우리 업무가 단순반복 업무에 불과하다며 민간위탁으로 떠넘기더니 이제 와서는 전문성 있는 기술업무를 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점검·정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노조 조합원 600여명이 참가했다. 이천복 위원장은 대회 중 삭발했다. 노조는 4월 말까지 정규직 전환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으면 다음달 11일 2차 상경투쟁을 한다. 조합원 가족이 함께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1단계 용역노동자는 청소원이나 경비원 등 단순노무종사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점검·정비 수행 노동자는 기술용역 민간위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오분류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민간위탁 사무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속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