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노사가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실제 노동시간은 줄지 않았는데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탈법행위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대법관 박정화)는 18일 이아무개씨 등 택시노동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 파주 택시회사인 ㄱ운수는 2010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월 209시간에서 월 116시간(1일 2교대)으로 변경했다.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이 시행되자 실제 노동시간은 줄지 않았는데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만 줄여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씨 등은 이같은 취업규칙이 부당하다며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회사는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거친 적법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며 무효가 아니라고 맞섰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9명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했다면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는 특례조항은 택시노동자 고정급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뤄진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최저임금법 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4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이동원 대법관은 "설령 사용자에게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노동자의 총수입액이 최저임금법상 임금액에 미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택시노동자 생활을 보장하고자 최저임금 범위를 좁힌 법 취지를 잠탈하려는 택시 노사의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며 "판결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도 이런 관행을 허용한다면 최저임금법 잠탈의도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명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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