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기사로 일하던 이수성(24·가명)씨의 말이다. 이씨 같은 배달노동자는 재해를 안고 달린다. 실제 퀵서비스 노동자의 산재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매일노동뉴스>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건강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해 보니 2017년 기준 산재를 당한 퀵서비스 노동자는 429명으로 90명이던 2012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산재사망만인율은 2017년 20.4로 나타났다. 한 번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재해를 당한다는 뜻이다. 전체 노동자의 산재사고 사망만인율은 2017년 기준 0.52였다.
"퀵서비스 노동자 산재 급증"
퀵서비스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은숙 경북대 교수(간호학)는 "최근 배달앱을 중심으로 배달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누구나 쉽게 배달노동자가 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충분한 안전보호 교육과 조치가 없어 산재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달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것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달앱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규모는 2013년 3천347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가량으로 5년 만에 10배 성장했다. 최 교수는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로 규정된 9개 직군 중에서도 퀵서비스 노동자는 업무상 위험도가 커 산재보험 적용률이 높은 편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 의무적용을 받는 특수고용직 직군은 퀵서비스 기사를 포함해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기사 등 9개 직군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퀵서비스 기사의 보험 적용률은 56.12%로 대리기사(73.33%) 다음으로 높았다.
이 때문에 퀵서비스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지키려면 고용노동부의 전속성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에 사용자 지휘·감독 수준으로 판단하는 사용 종속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종속성 여부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고시인 '주로 하나의 사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퀵서비스 또는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의 기준'에 따르면 퀵서비스 전속성 기준은 하나의 퀵서비스업체에 소속돼 그 업체 배송업무만 수행하거나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의 배송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우선 배달수행을 약정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산재 적용하는 전속성 기준 넓혀야"
오상호 창원대 교수(법학)는 "독일은 유사근로자(특수고용 노동자)를 경제적 종속성만으로 판단한다"며 "노무제공자가 유사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유사근로자를 법적 보호대상으로 삼는 법정재해보험과 노동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 종속성만으로 판단하니 직종과 관계없이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수고용직은 본인이 산재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으면 근로복지공단에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준) 위원장은 "퀵서비스 노동자의 경우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할 경우 산재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적용제외신청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배달노동자와 위탁계약을 맺는 직접계약 당사자는 지역마다 있는 조그만 배달대행지점으로 산재 가입시 이들이 사용자가 된다"며 "배달노동자의 노동으로 가장 큰 이윤을 벌어들이는 배달대행중개업체와 주문중개업체가 매출액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숙 교수는 "퀵서비스 기사처럼 위험직군이라고 할 만한 직종은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이 돼야 한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에게 일반 근로자에 준하는 의료검진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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