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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ILO 100주년 총회를 기다리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공익위원 입장을 발표했다. 노사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위원회 차원에서 발표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간 공익위원들의 활동과 의견을 봐 온 터라 노력과 선의를 믿고 싶다. 하지만 절차에서도 그렇고 발표 직후 그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다. 곧장 한국노총은 “공익위원안을 인정할 수 없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없는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시 직장점거 금지 등 사용자단체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안은 기존 제도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ILO 핵심협약(87호·98호) 비준과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사업장 점거 제한’ 등은 원래부터 관계가 없음에도 이 부분을 발표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아마도 15일 발표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과정에 사용자측은 위 내용이 반드시 반영돼야 하는 필수 전제조건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공익위원들 의견”이라면서 말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핵심협약 비준 이후 제도화에서 그만큼 부담이 늘었다는 말이다.

6월이 다가오면서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쟁점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서 이젠 ‘선 비준 후 동의’ ‘선 비준 후 입법’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부에 선 비준을 권고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의 “정부와 국회에 공익위원안과 노사정 합의 내용을 반영해 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 법 개정을 위한 행정적·입법적 조치에 조속히 착수하기를 권고한다”는 입장도 관련 입법이나 동의가 반드시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아니다.

아쉽게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를 비롯해 그동안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핵심협약의 성질을 확인하고 동의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논증은 적었다. 예를 들어 현재와 같은 국회 지형에서의 동의나 입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망 때문에 ‘선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조약의 체결비준 권한(73조)을 국회에 동의권(60조)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조약에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60조1항). 결론적으로 핵심협약은 제한적으로 열거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핵심협약이 60조1항 후단의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므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일리가 있으나 헌법문언 자체에서 벗어난 해석이다. 기업 입장에서 핵심협약 비준으로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된다는 논리로 보인다. 과연 어떠한 재정적 부담이 있는가? 분명하게 증명되지 않는 주장일 뿐이다. 설마 아직까지도 ‘경영권’ 핑계를 대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조약의 대부분은 비준 후 국내 법·제도로의 수용 과정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입법사항이 아닌 조약이 어디 있는가? 위 주장을 맹목적으로 좇을 경우 ‘모든 조약은 동의를 받아야 한다’거나 ‘국회에서 핵심협약을 그대로 반영하는 순도 100% 법률이 제정될 때에나 협약비준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된다.

생각건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정도에 이르는 입법사항’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충실한 해석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비준해야 할 ILO 핵심협약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나 다름없다. 노동인권에 관한 사항이라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대통령의 비준으로 충분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에서 체결하거나 승인한 국제규범도 국내 입법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정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굳이 따진다면 15일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가 발표한 내용도 비준 후에 논의돼야 할 것들이다.

6월 초 ILO 100주년 총회에는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자 모두가 참석하면 좋겠다. 그리고 대통령의 연설을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정의’에 기초한 ILO 정신을 존중한다. 핵심협약도 비준했다. 국내 입법 과정을 밟고 있다.” 시간은 충분하다. 결단만 남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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