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T 화재 청문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아는 바가 없습니다.”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할 수 없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의 잇단 모르쇠 답변에 청문회를 하던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답답한 듯 “(회장으로서) 그 자리에 어떻게 앉아 있느냐”고 질타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사고 이후 다섯 달 만에 열린 청문회였지만 황창규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무엇 하나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각종 자료는 제출을 거부했다. 심지어 불이 난 지하통신구 운용과 외주업체 현황은 물론 KT 경영전반과 인력운용, 논란이 일고 있는 채용비리 의혹 관련 자료제출까지 거부했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자료를 제출하라” 혹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고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황 회장은 “영업비밀에 해당하거나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KT가 참고인으로 채택된 협력업체 직원의 청문회 출석을 막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KT, 청문회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가 17일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황창규 회장을 증인으로 세웠다. 이날 청문회에는 황 회장과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증인으로,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과 김철수 KT상용직노조 경기지회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철수 지회장이 KT로부터 압박을 받아 청문회에 출석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출석이 예정됐던 KT 협력업체 직원 김철수 참고인이 불출석했다”며 “사유를 알아보니 KT의 직간접적인 외압으로 참석이 어려워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참고인이 직접 밝힌 내용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화재 직후 협력업체 사장들을 압박했다”며 “김씨가 참고인 출석을 앞두고 협력업체 사장으로부터 ‘청문회에 출석하면 KT가 맨홀관리 규정 등을 이유로 다음 계약에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KT가 청문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T는 여야가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올해 1월 ‘정보통신 협력사 필수 준수사항 이행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협력업체에 보냈다. KT는 공문에서 △KT의 업무상 비밀을 KT의 동의 없이 유출·누설하는 경우 △KT의 사업장 또는 시설물(맨홀·통신구 등)에 출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등에 대해 협력사 평가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했다. 김성수 의원은 “해당 공문은 황창규 회장 명의로 보낸 것”이라며 “명백히 청문회를 방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황 회장은 “참고인에게는 저희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공문은 일반적인 안내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인건비 2조원 줄여 '성과급 파티'

황 회장은 청문회 내내 각종 의혹과 지적에 고개를 흔들었다. 심지어 황 회장 취임 이후 14명의 경영고문을 위촉하고 고액 급여를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회장의 황제·측근·폐쇄적 경영이 화재사고의 원인”이라며 “14명의 경영고문에게 나간 돈이 20억원인데, 회장이 모른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운영지침에 따르면 경영고문은 회장이 위촉하게 돼 있다”며 “회장도 모르게 20억원을 썼다면 그 책임자를 배임혐의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경영부문장이 결정한 일”이라거나 “정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결국 노웅래 위원장이 “(회장으로서) 본인이 해야 할 일도 모르면서 그 자리에 어떻게 앉아 있느냐”며 “KT 외압에 따라 참고인이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수 의원은 “국민기업 CEO라면 그에 맞는 철학을 가져야 하는데 황 회장은 무개념 경영으로 일관했다”며 “황제경영이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황 회장 취임 이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지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2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절감했다”며 “단기 순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기업 개념을 철저히 무시한 채 막대한 성과급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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