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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후보자 인사청문회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럴 줄 몰랐을까요?” 지난주 사무실의 신입 변호사가 했던 이 말에 나는 발끈했다. 국회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미선 후보자의 주식거래에 관한 의혹을 청문위원인 의원들이 쏟아 냈고, 이에 언론마다 받아쓰며 크게 보도하고 있었다. 부부 재산의 83%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그 금액이 시가 35억원에 이른다면서, 거래내역을 보니 기업 내부정보를 이용하고 주가조작 등 작전세력처럼 거래한 의혹이 있고, 심지어 후보자가 투자한 기업의 재판까지 한 사실이 있다고, 헌법재판관으로서 청렴성 등 도덕성을 결여했고 범죄혐의까지 있으니 당장 후보를 사퇴해야 하고 심지어는 이를 제대로 인사검증하지 않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퇴해야 하며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그래서 온통 세상이 야단이라서 나는 신입 변호사의 말에 발끈했던 것이다. 이미선 판사의 주식 보유 및 거래가 청문회에서 헌법재판관으로서 적격 여부를 떠나 국회 청문위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적절하다 말하고 온통 그렇게 떠들어 대는 이 나라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후보 추천을 고사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말을 나는 도저히 참아 내지 못했다. 우리 사무실의 변호사라면 아무리 세상이 한통속으로 야단이라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말을 하는 걸 듣게 되니 도대체가 나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코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가 부당하다고 나는 발끈했던 것은 아니었다.

2. “그게 어쨌다고?” TV 뉴스에서 본 이미선 후보자의 답변 모습은 인사청문회장에서 보여 주는 다른 후보자들처럼 무척 조심스러웠다. 지난해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도 그랬다. 기관, 즉 헌법재판소 담당자들이 청문회 통과를 위한 답변 매뉴얼에 따라 대답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식거래는 남편이 한 것이라면 “남편이 했다. 그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당당히 답변할 수는 없는 것일까. 20여년을 법원에서 판사로 살아온 후보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나는 읽었다. 하긴 지금까지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에서 당당한 후보를 본 적이 없으니, 단순히 판사 경력을 탓할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별 수 없이 나는 이 나라 청문회 풍경이 못마땅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에서 인사청문을 하는 것이라면, 그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후보자를 청문하면 그만이다. 후보자가 아닌 남편, 그리고 처와 자식, 부모가 어떠하다는 식의 이 나라 청문을 보는 것은 짜증이 난다. 남편은 남편이고 처자식은 처자식인 것이지, 후보자가 아닌 그들을 임명하는 것도 아닌데 이 나라에서 청문회를 보고 있자면 가지가지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연좌제가 폐지된 것이 언제인데, 언제까지 처자식이 어떻다 타령을 해 대는 청문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후보가 임명될 직에 적합한가에 집중해 행하는 청문회를 보기가 어려우니, 그걸 바라고 나는 “그게 어쨌다고?” 하고 말하는 걸 보고 싶다. 엉뚱한 질문을 해 대는 청문위원에 당당히 대꾸하는 후보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3. “최선을 다했다.”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미선 후보자는 인사 발언을 했다. “구체적 재판 진행에 있어서 사건 내용을 철저히 파악하고 소송당사자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는 등 법과 원칙에 기해 공정하고 설득력 있는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형사재판을 담당할 때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가 형해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엄정하고 공정한 형벌권 행사가 이뤄지도록 힘을 기울였다”며, 음주로 인한 충동적 범행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아동 성폭행범에게 2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판결과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준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취소하고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사례로 들고는,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소수자·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편 헌법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이뤄 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너무도 뻔하다. 그가 아니라도 인사청문회 앞에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누구나 말할 법한 말이었다. 그러니 그 말로는 그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했다. 난민·낙태죄·군 내 동성애자 처벌 등에 관해 이 후보자는 답변을 유보했고,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사안에 따라 보수로도 진보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데, 논란을 피하고 헌법재판관에 임명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 취한 답변이라면 나는 유감이다. 그런데 후보자는 강원도 화천의 이발소 집 딸로 부산대라는 지방대를 나온 여성 법관이다. 이런 출신과 살아온 이력은 끌린다. 더구나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5년을 근무하는 동안 대법관들 사이에 사건을 대하는 탁월한 통찰력과 인권감수성,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평가받고 공인받았다고 하니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 타령으로 사는 노동변호사인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4. 이렇게 이미선 후보자의 청문회에 관해서 쓰고 있자니 도대체 내가 왜 쓰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그가 재판연구관으로서 노동법을 연구해서 노동사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내가 여기서 그의 청문에 관해 써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노동법을 연구해서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라고 해서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노동법 전문가라는 어떤 자는 사용자를 위해서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어떤 이는 중립을 내세워 노사 사이 균형자를 자임하고 있다. 그들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는 노동법 전문가가 아니다. 오늘도 나는 그들을 반박하고 법정에서 설득하느라 보내고 있다. 그러니 단순히 후보자가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는 걸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미선 후보자는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질문에 “노동사건은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 판결의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며 “개인 간 법률관계 규율이 아니라 다수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를 규율하는 법률이라, 노동법원 설치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법원 설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해서 그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노동법원 설치를 주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 노동법·노동사건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것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재판할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후보자를, 그의 재판을 떠올렸다. 내가 수행했던 노동사건들의 재판에서 그가 했던 자리를 떠올려 봤다.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두 개의 재판이다.

5. 2013년은 내 기억에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재판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관해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에 회부해서 공개변론 등이 진행됐다. 당시 나는 노동자측을 대리해서 통상임금 해당성에 관한 법리적 주장을 준비서면 작성과 공개변론에서 했다. 이미선 재판연구관이 대법원에서 쟁점 정리 등을 하고 공개변론 등 실무를 담당해서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의칙 위반 등 우리 노동자들이 완전히 만족할 수가 없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해 12월18일 선고된 뒤에는 노동법학회 등에서 재판연구관으로서 그는 판결의 의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초 하이디스 정리해고사건 재판에서였다. 수원지법에서 공장폐쇄를 하고 남아 있던 생산직 노동자 모두를 정리해고한 사건에 관해 회사 하이디스를 상대로 정리해고자들이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다투고 있었다. 노동법을 모르는 판사를 상대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해고무효 판결을 받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이미선 부장판사를 법정에서 봤을 때 나는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나는 당시 서둘러 판결 선고를 받고자 했지만, 판결 선고 직전에 그가 수원지법 내 다른 재판부로 인사이동하면서 하이디스 해고무효사건 판결문에는 그의 이름을 볼 수 없게 됐다. 이 하이디스사건은 수원지법에서 정리해고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 판결을 받는 데 그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나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상과 같이 내가 노동자를 대리한 사건을 재판하면서 그를 봤던 것인데, 그는 불편부당하게 판사로서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후보자가 과도한 주식 보유로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법관으로서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에는 나는 동조하지 않는다. 적어도 법관으로서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렇게 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관해서 끄적거리고 나니, 나는 정말 보고 싶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편파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다하겠노라고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는 후보자를 한 번 꼭 보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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