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협력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자회사로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은 요금수납원에게 도로정비나 청소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2년 미만 기간제 계약을 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15일 민주연합노조가 이런 내용이 담긴 도로공사의 ‘자회사 설립 관련 업무추진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는 도로공사가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와 면담자리에서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 판결 승소해도 다른 업무로 직접고용”

도로공사는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2017년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했지만, 자회사 방식을 주장하는 사측과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입장이 갈리면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공사는 자회사 전환에 찬성하는 노동자대표와 노동자에게만 동의서를 받는 방식으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했다. 공사는 올해 6월 직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고, 자회사 영업을 7월부터 시작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동의를 거부한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로정비·졸음쉼터 청소·지사 조무원·영업소 조무원 같은 보직을 주겠다는 것이다. 도로정비 직무는 노선·안전시설물 청소를 한다. 환경정비 직무는 졸음쉼터·버스정류장·임시주차장의 휴식공간·화장실을 정비한다. 지사 조무원은 건물 시설관리와 환경미화·정비를, 영업소 조무원은 식당 조리·건물 환경정비 업무를 한다.

고용형태는 기간제(임시적·간헐적)로 명시됐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에 따라 대법원 판결 전까지 2년 이내 고용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 2월 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2015년 1심과 2017년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사건은 2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근무시간도 기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비동의 수납원은 4시간 또는 6시간 시간제와 8시간 전일제로 나뉜다. 노조 관계자는 “요금수납원은 현재 3교대로 하루 8시간씩 일한다”며 “근무시간이 줄면 급여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주체도 '공사 또는 자회사'로 명시했다. 공사에 직접고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료에는 도로공사가 승소하면 요금수납원은 계약이 해지되고, 도로공사가 패소하면 직접고용되지만 조무 관련 업무를 부여한다고 명시됐다. 도로공사측은 "수납업무는 자회사로 이관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자회사 전환 최대한 설득하려는 것"

노조는 사측안이 비동의 수납원의 노동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안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업무 변경과 관련해 “도로공사에는 장애인 채용시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리나 허리 등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에게 청소 같은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고용형태와 관련해 “사측안은 대법원 판결이 2년 안에 나지 않으면 노동자가 2년만 일하고 해고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간헐적 고용이라는 것은 1년 단위가 아니라 9개월 일하고 3개월은 쉬게 하는 식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관계자는 “문서 내용은 정식 문서가 아니고 노조 협의 때 설명자료로 나간 것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노조측과 협상할 것”이라며 "최대한 설득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검토 결과 수납업무는 자회사 전환이 적합하다고 결론이 났다”며 "자회사로 전환하면 평균임금이 지난해 대비 30% 오르는 등의 혜택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 판결이 2년 안에 난다는 것을 가정해 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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