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역전의 용사들이 뭉쳤다. 철도노조(위원장 조상수)를 포함한 95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일 '돈보다 안전, 민영화 안 돼! 대륙철도시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철도민영화 반대투쟁을 했던 단체들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한국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 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통합운동을 선언했다. 철도공공성과 철도안전을 높이기 위해 철도통합이 필요하다는 여론 조성에 나선다. 남북철도·대륙철도 연결운동에도 앞장선다. 행동대장은 철도노조다. 노조는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범국민운동본부 사업을 전면에 배치했다.

조상수(54·사진) 위원장은 "철도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하반기에 전면파업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친 그는 15년 해고생활을 마치고 현장에 복귀했다.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다시 철도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상급단체 산별노조 위원장에서 단위노조 위원장이 됐다. 그는 "해고자로서 산별노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철도노조에 빚이 있다"며 "쓸모가 있다고 불러 줘서 고맙다"고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이 열린 서울역광장과 노조 회의실에서 조 위원장을 만났다.

"해고자로 산별노조운동, 노조에 진 빚 조금이라도 갚아야"

-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산하 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선거 시기가 오영식 공사 사장이 그만두고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가 예정됐던 때였다. 노정관계가 바뀌고 있는 만큼 노조도 태세를 정비해야 했다. 1차 입후보등록에 신청한 후보가 없자 주위에서 압박 혹은 권유를 했다. 철도노조는 좋은 풍토가 있다. 상급단체에 있다가 노조로 돌아오고, 위원장을 하다가 지방본부장·정책담당자로 활동한다. 지위나 격식을 따지지 않고 노조에 복무하는 전통과 문화다. 오랜 기간 해고자로 살면서 철도노조 도움으로 산별노조운동을 할 수 있었다. 노조에 제 역할이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쓸모가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회전문 인사다.(웃음)"

- 철도노조가 앞장서는 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는데.
"지난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수서고속철도 통합을 포함한 철도통합을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거쳐 추진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런데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비협조로 일관했다. 과거 국토부는 수서고속철도를 분할하려 하면서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사례를 인용했다. 고속철도 경쟁국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 철도 분리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회사가 망해서 미국 기업에 인수됐다. 오스트리아는 환승이 안 돼 이용객 불편이 높아지고 있다. 노조는 이들 나라 사례를 다시 검토하면 통합근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실사를 제안했는데, 국토부가 협조를 안 해 무산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정부가 공공시설에 민간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 발표를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연구용역을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국민운동을 하지 않으면 통합이 물 건너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철도민영화 흐름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져"

- 노조 주요 사업으로 철도공공성 강화를 제시했다.
"다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겠느냐'고 한다. 국토부 움직임을 보면 그렇지 않다. 국토부가 민영화를 전면적으로 내놓지는 않지만 그 흐름을 가져가려는 정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최근 낙마한 최정호 장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별도 연구용역을 하겠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예산과 인력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관제권·유지보수 분리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관제권·유지보수를 코레일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는 박근혜 정부가 2017년 2월 발표한 '3차 철도산업발전계획'과 일치한다.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고 코레일을 자회사로 분할해 관제권을 이관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KTX강릉선 탈선사고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는 철도 건설과 유지보수 일원화를 대책으로 언급했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로부터 떼어 내겠다는 의미다. 당장 민영화를 추진하기 어려우니까 철도 업무를 잘게 쪼깬 뒤 다음 기회(민영화)를 보려는 것 같다."

- 강릉선 탈선사고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았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코레일 현장 기강이 해이해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기강문제가 아니라 철도시설공단의 건설 부실과 더불어 공단과 코레일이 분리돼 있어 시설이 효과적으로 점검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레일과 철도시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의 통합(상하통합)을 대선에서 약속했다. 철도안전을 위한 가장 유력한 대책은 통합이다."

-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급한 판단 아닌가.
"서해선 사례가 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것이 맞지만 유지보수와 역업무를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이 하고 있다. 국토부 계획에 따른 것이다. 서해선이 흑자를 내서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가 봤더니 결국 인건비 따먹기였다. 노동자 숫자가 다른 곳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소 인원으로 운영한다는 말이다. 민영화는 공공부문을 민간으로 넘기는 방식인데, 수익운영원리를 앞세운 방식도 민영화에 포함된다."
 

▲ 정기훈 기자

"코레일·SR 통합하면 이익, 왜 안하려 하나"

- 코레일과 SR 통합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SR 분할을 고착화하려는 흐름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존재한다. 지금 SR은 목포와 부산으로만 간다. SR 철도차량을 대규모로 발주한 후 순천·진주로 가게 하는 방안이 추진됐다가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했던 SR을 올해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변경했다. KTX와 SRT를 통합하려 한다면 기타공공기관으로 놔둬도 된다. 공기업으로 바꿔 SR을 존속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두 회사 통합은 어떤 점에서 유익한가.
"공급좌석이 늘어난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 서울역·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요금을 10% 내려도 된다. 전국에 있는 코레일망을 SRT가 달릴 수 있다. 반면 통합이 늦어지면 분할이 고착화하는 부작용이 있다. 국민편익을 증대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 범국민운동본부 사업에 남북철도 연결사업이 있다.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하나.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운수노조연맹(ITF) 총회에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관련국 노조 대표들과 남북철도 연결, 한국철도의 유라시아 철도연결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중국·몽골·독립국가연합 철도노조들과 논의한 끝에 남북철도 연결과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구현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라시아 국가 상호 번영을 위해 대륙철도 연결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조성해 가려 한다. 러시아철도노조를 6월께 초청해 일상적 연대도 강화할 것이다."

"노조 해고자 5월과 7월에 전원복직"

- 4조2교대 도입 문제로 코레일 내부가 바쁘다고 들었다.
"3조2교대 체제로는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없다. 실노동시간을 줄이면 일과 생활의 균형, 일자리 창출, 철도안전을 확보하는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4조2교대 전면시행을 앞두고 시범운영 중이다. 전면시행에 필요한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올해 특별단협에서 사측에 제시할 계획이다. 현재 사업소별 필요인력을 집계하고 있다. 전임 오영식 사장과 임금저하 없는 교대제 개편에 합의했다.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고 필요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 노조는 어떤 방식으로 범국민운동본부 사업을 실천할 계획인가.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 투쟁계획에 범국민운동본부 사업이 적시돼 있다. 모든 힘을 다해 실행할 것이다. 철도정책이 공공성 강화 쪽으로 가지 않거나, 적정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하반기에 전면파업 총력투쟁을 한다."

- 해고자 복직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손병석 신임 사장과 빠른 시일 안에 조건 없이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5월까지 30여명, 7월에 3명이 추가로 복직한다. 1988년 파업한 이후 해고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30년 만에 해고자 없는 철도노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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