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미성년자 출석을 요구하거나 조사할 때 보호자 연락 과정에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미성년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사건처리 진행상황을 통지하는 절차를 만들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9일 인권위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생 A군은 지난해 3월4일 담배 절도혐의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A군이 미성년자임에도 보호자에게 연락하거나 동석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조사를 받게 했다. A군은 같은달 16일 검찰에 송치됐지만 아버지 B씨는 이 사실을 몰랐다. B씨는 그저 고3이어서 힘들어한다고 생각하고 A군에게 “힘내”라는 말만 했다. A군은 같은달 30일 한 다리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B씨는 장례를 치르면서 A군이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경찰이 미성년자를 조사하면서 보호자를 부르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경찰은 “혼자 출석한 A군에게 조사받기 전 부모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고지했다”며 “A군은 ‘엄마’라고 표시된 휴대전화를 건네줘 상대방이 어머니인지 확인하고 혼자 조사받는 것에 동의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당시 통화 상대방이 A군 여자친구라는 사실은 A군이 사망한 뒤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미성년자를 조사하는 경찰은 실제 부모가 맞는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한다”며 “A군의 아버지나 학교 교사 등 A군의 방어권 행사를 조력해 줄 사람을 찾는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사실도 A군 본인에게만 고지해 결과적으로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며 “이런 경찰의 행위는 소년사건 처리 과정에서 요구되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헌법(12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런 사례에 대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건처리 진행 과정을 미성년자 본인과 보호자에게 통지하는 절차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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