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도1호선 주추지하차도와 사오리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용역업체 노동자 A씨. A씨는 2017년 7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자신도 세종시에 직접고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데 세종시는 지난해 10월 용역업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열어 해당 업무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무너져 버렸다”며 “비정규직 신분이라 마음을 졸이면서도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세종시와 A씨 말을 종합하면 세종시는 2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국도1호선 주추지하차도·사오리지하차도 관리업무를 맡기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기·기계·통신·토목을 비롯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현재 17명이다. 이들은 세종지하차도 관리사무소에 배치돼 시설물 순회 점검, 교통상황 모니터링, 각종 설비 조작, 교통사고·화재를 비롯한 유사시 초동조처와 유관기관 신고, 도로 낙하물 수거 처리업무를 한다.

“달리는 차에 치일까 아찔”

이날 A씨는 세종시가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업무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하고, 지하차도가 있는 한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생명·안전, 상시·지속업무 종사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간접고용 구조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했다. 용역업체가 과도하게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 노동자 임금이 줄어들고 세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이다. A씨는 “세종시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중간수수료가 드는데, 실제로는 중간수수료뿐 아니라 개별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까지도 용역업체가 가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세종시가 용역업체에 지급할 비용을 설계할 때 인건비를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책정한다”며 “그러면 야간근로수당 등까지 포함해 월 400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평균 200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노동자 안전 조치도 미흡해진다고 비판했다. A씨는 “도로에 떨어져 있는 낙하물을 수거하러 가면 과속하는 차량 때문에 아찔하다”며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관리하는 도로를 ‘죽음의 도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 안에 들어가면 타이어나 시멘트에서 떨어지는 분진과 매연 등은 미세먼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며 “화재발생시 질식, 고전압에 의한 감전, 추락사고, 교대근무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등 재해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지만 사측은 안전과 관련된 관리·감독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시청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종시 “인건비 지급내역 확인 규정 없어”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의 용역계약 조건에 따르면 청소·검침·단순경비·행사보조 같은 용역은 인건비를 확인하도록 돼 있지만, 지하차도 기술·용역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안전점검은 시청이 별도로 하지는 않지만 용역업체가 안전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A씨는 세종시가 최근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세종시는 해당 업무를 위탁한 업체 ㄱ사와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시가 낸 입찰공고에 현재 5개 업체가 참여한 상황이다. 세종시는 10일 업체 선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낙찰되는 업체는 다음달부터 2년간 해당 업무를 위탁받게 된다. A씨는 “세종시는 새로운 업체와 계약할 때 관할 구역을 3배 정도 늘리면서 임금은 30% 정도만 올리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주요 업무와 관련된 관할 구역 범위는 이전과 비슷하고, 늘어난 관리구역에 대해서는 순찰·점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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