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무대에 선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사무금융노조 하나외환카드지부장)이 “KB카드노조 대의원 여러분 총파업을 결의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군중 속 한 무리가 “투쟁”이라고 외쳤다. 5개 카드사 노조 대의원들에게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다시 “투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6개 카드사 노조가 가입한 협의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합동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동계, 카드노동자 대량실업 우려

금융위는 비슷한 시각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테스크포스(TF)’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오후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금융위는 간담회가 끝나면 TF 논의 결과를 발표한다.

합동대의원대회에는 6개 카드사 노조 대의원 326명 중 309명이 참석했다. 상정된 안건은 하나였다. ‘6개 카드사노조 총파업 결의 및 총파업 시기 집행부 위임의 건’이 그것이다. 정종우 의장이 수차례 파업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없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부터 TF를 운영했다. 전달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금융당국은 영세·중소 상공인의 카드수수료를 낮추고, 마케팅 비용 산출 방식을 변경해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영세·중소 상공인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낮췄다. 그런데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들이 개별 협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이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는 카드사들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카드사 노동자들이 정부의 카드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수익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사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대형가맹점들과 협상이 시작됐던 3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수익이 무려 57% 줄었다.

나희주 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 부지부장은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카드사들이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 뻔하고 수많은 카드노동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1만 카드노동자와 10만 유관 업종 노동자들이 소중한 일터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부별로 임단협 상황 고려해 파업 진행

협의회는 대의원대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의원들과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간부 500여명이 함께했다. 공동투쟁본부는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지난해 5월 꾸린 조직이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금융당국에 △업종별 차등수수료 도입 △대형가맹점 수수료 하한 가이드라인 제정 △카드산업 정상화를 위한 15가지 공용요구안 수용을 요구했다.

카드업계는 TF에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레버리지) 배율 규제완화 등을 촉구해 왔다. 카드노동자들은 “재벌대기업 비호하는 최종구는 각성하라” 혹은 “카드노동자 똘똘 뭉쳐 구조조정 막아 내자”고 외쳤다.

정종우 의장은 “금융위의 발표에 카드산업 구조조정을 막고 카드산업에 전망을 가져올 수 있는 안이 반영됐는지를 살필 것”이라며 “정부 발표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면 각 지부 임금·단체협약 교섭상황을 고려해 집행부가 파업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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