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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남용·간접고용 사용자성 회피] "왜곡된 고용구조 개선 위해 대기업 제재해야"민주노총 대기업 비정규직 원인분석·대안 토론회 열어 … 대기업 비정규직 조직화 제안
▲ 민주노총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대기업 비정규직 원인분석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제정남 기자>

지난해 현대제철 노동자는 1만1천500여명이다. 직접고용 기간제를 포함한 수치다. 간접고용 노동자인 소속외 노동자는 1만3천여명이다. 같은 시기 농협하나로유통 소속 노동자 2천500여명 중 정규직은 840여명, 기간제는 1천610여명이다. 소속외 노동자가 1천800여명이다.

KT는 롯데하이마트와 대리점 계약을, 케이티씨에스(KTcs)와 대형유통점 통신판매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계약에 따라 KTcs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는 롯데하이마트로 파견을 나와 KT 상품을 판매한다. 해당 노동자는 KT에서 기준 실적을 제시받는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업무내용·휴일 등을 통제받고 지시에 따라 다른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런데 근로계약은 KTcs와 체결한 상태다. 사용업체가 3곳이나 된다.

민주노총이 지난 5일 공개한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3곳이 현대제철·농협하나로유통처럼 정규직보다 기간제·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3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 3천475곳 중 989곳(28.5%)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았다. KT 사례와 같이 복잡한 고용형태로 인해 노동자의 실제 사용자를 찾기 어려운 중층적 고용관계를 형성한 대기업이 적지 않게 확인됐다.

"피해자인 비정규직 조직화해 대기업 고용구조 개선시켜야"

민주노총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보고서 발표회와 대기업 비정규직 원인분석·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책임연구를 맡은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발제에서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왜곡된 고용구조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비정규직이 조직돼 주체가 됐을 때 실태에 대한 면밀한 파악도 가능하며 고용구조를 바꾸기 위한 장기적인 기획도 가능해진다"며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해당 업종 전체의 고용구조 개선투쟁을 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로는 마트산업노조를 꼽았다. 서비스연맹은 홈플러스·롯데마트·이마트를 조직한 뒤 노조들을 마트산업노조로 재편했다. 노조는 마트업종 노동자 전체의 권리찾기와 제도개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정산업을 독과점해 공공성이 높은 재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통제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대기업이 하청구조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까지 통제하기 때문에 대기업을 제재하지 않고서는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며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노조(총연맹)는 산업정책을 갖고 노동자 고용의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
"문재인 정부에 공약 이행 요구하자"


노동관련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산업관련법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론에서 "의료인력 기준을 제시하는 의료법에 착안해 통신서비스·방송산업 등과 관련한 산업관련법 개정을 통해 인력기준과 공공성을 해치는 외주화를 제한해 볼 수 있다"며 "철강산업·유통산업 영역에서도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일정 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노동기준·인력기준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핵심 요구를 내세워 정부를 압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주요 요구와 부가적 요구를 구분해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상황을 물고 늘어질 필요가 있다"며 "공공부문에서 상시적 일자리는 직접고용을 하고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던 약속,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두 가지 요구에 우선순위를 배정해 보자"고 밝혔다.

실태연구 사업을 담당한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민간부문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정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해 연구사업을 시작했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은 요구 실현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원청에 사용자 책임을 묻자던 민주노총의 요구가 조금도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청·하청·하청노동자 3자 공동교섭 수준이라도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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