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나중에 입법하는 이른바 ‘선 비준 후 입법’을 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국가기관에서 ILO 핵심협약 선 비준 후 입법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영애 위원장은 4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 등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ILO 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날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는데 이런 기본협약조차 지키지 않아 분쟁까지 가는 상황이 낯 뜨겁다”며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좀 더 강력히 핵심협약 비준을 정부에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영애 위원장은 “인권위는 ILO 핵심협약 내용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노동 3권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보고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인권위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해 보겠다”며 “고용노동부는 국내법이 ILO 핵심협약에 부합하도록 정비한 뒤 가입해야 한다며 우리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이에 맞게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를 권고했지만 경찰청은 아직도 취하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가 인권의 관점에서 면밀히 (중단을) 검토하도록 의견을 내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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