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지난달 30일 부천 중동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한 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그날 밤엔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한 명이 변압기 점검 중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같은달 24일에도 이 공장에선 하청업체 노동자 한 명이 지붕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잘 알려진 대기업이든 이름을 알 수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이든 곳곳에서 노동자가 다치고 아프고 죽어 나간다. 매일 노동자들의 죽음은 업데이트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늘어나는 산업재해 은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재 보고의무를 위반해 적발된 건수가 4천549건이지만 이 중 산재로 처리된 경우는 2천3건에 그쳤다. 또한 최근 3년간 사업장의 산재 보고의무 위반건은 2015년 736건, 2016년 1천338건, 2017년 1천315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숫자로 표현되는 많은 노동자의 죽음 앞에 산재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이 무색할 뿐이다.

사실 이 통계수치도 정확한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산재 은폐에 대한 감독은 여전히 부실하고, 기업은 산재 발생 이후 노동부에서 받는 감독과 개선의무 부담, 보험료 납부액 증가 등 여러 핑계로 산재가 아닌 공상 처리를 유도하거나 강제한다. 하청업체는 원청과 재계약이 어려워진다며 산재를 은폐한다. 실제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와 2017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산재가 각각 67건씩 134건이 발생했으나 그중 무려 절반인 65건을 공상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문제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서 이렇게 밝혀졌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선 감춰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제대로 보고하고 드러나야 할 산재가 철저히 감춰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10조, 동법 시행규칙 4조에 따라 사업주는 산재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해당 산재가 발생한 지 1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재해 발생원인 등을 기록·보존해야 하며, 재발방지 계획 등을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재해예방활동을 하게 돼 있다. 이는 노동부가 사업주의 산재 보고의무 문제가 발생한 현장 개선조치를 취할 의무와 책임을 동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법이 실효성을 갖고 현장 구속력을 갖기 위해선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산재 보고대상이 ‘사망 또는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재해’인데 이는 2014년 ‘사망 또는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재해’에서 변경된 것이다. 시행령 개정 당시 산재 은폐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과 우려가 있었다. 실제 산재 노동자들의 사례를 통해 사업주가 ‘휴업’을 하지 않도록 압박하고 산재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급여를 제공하는 산재 범위가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이므로 이와 통일해 산재 발생사안 모두를 보고하도록 하고, 통계와 일치시키는 측면에서도 보고 대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법으로 노동부 장관에게 개선조치를 보고하게 돼 있으나 정작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노동자는 보고 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 이는 노동자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개선조치가 사업장 현장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장 문제를 가장 잘 인지하고 위험요인을 발견할 수 있는 노동자가 재해 재발방지 계획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사업장에 게시하고 비치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산재를 줄이려면 감추지 말고 드러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님의 죽음과 투쟁을 계기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곧 하위법령 개정안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렵게 통과된 법이 노동자 안전과 건강, 삶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현실을 반영한 하위법령이 제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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