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민 변호사(법률사무소 함께)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법 2019. 1. 31. 선고 2018고단1654 판결

1. 유통 대형마트 경영진에 파견법 위반 징역형이 선고된 첫 사례

서울남부지법은 올해 1월31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세이브존 경영진들에 대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죄를 인정하고,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미치는 범죄로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서울남부지법 2019. 1. 31. 선고 2018고단1654 판결). 매일노동뉴스 3월11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형마트 사업주가 파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1).

대상판결은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과 같은 유통업체에 만연한 간접고용 방식에 대한 파견법 위반 및 원청의 형사책임 여부에 대한 최초의 판결로 유사한 사례에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가. 세이브존은 전국에 9개의 유통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소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전후해 매장 내 계산업무, 지하 슈퍼마켓의 계산업무, 야채·청과·수산·정육·공산품 매장 손질 및 진열 판매업무, 상담실 업무, 문화센터 업무, 배송 업무 등을 담당한 노동자들을 대거 간접고용으로 전환했다. 또한 자신들과 경영주체와 임원 구성이 유사한 관계사(1차 용역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어 최초 도급금액에서 3%가량의 수수료(일명 통행세)를 공제한 금원을 2차 용역업체에 지급하기도 했다.

나. 2014년 2차 용역업체측에서는 원청인 세이브존을 파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을 했다. 2차 용역업체 소속으로 세이브존 매장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노동자 6명은 2015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직접고용의무 확인과 직접고용 정규직과의 임금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17년 7월14일자로 위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등 청구 사건에 대해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후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고, 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1인당 2천500만~3천900만원의 지급을 명했다(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7. 7. 14. 선고 2015가합71412 판결2)).

라. 2014년 파견법 위반 고발사건이 접수된 이후 고용노동부와 검찰에서는 3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위와 같은 법원의 민사상 근로자지위확인 판결이 있자 2018년 4월에서야 세이브존 경영진들과 용역업체 사업주를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대상판결이다. 이와 같은 1심 법원 판단에 대해 용역업체 사업주를 제외한 나머지 세이브존 경영진들은 2019년 2월7일자로 항소했고, 현재 서울남부지법 2019노364호 사건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마. 근로자지위확인 등 민사상 청구에 대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7. 7. 14. 선고 2015가합71412 판결이 있은 후에 2차로 세이브존 매장에서 캐셔(계산업무)나 수산 및 정육매장 등에서 근무하던 24명이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 과정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고 퇴사한다는 조정이 성립 종결됐다. 이후 노동자 19명이 동일한 청구원인으로 서울북부지법 2019가합21143 사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3. 판결의 요지

세이브존 경영진은 적법한 용역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하면서 파견법 위반 기소에 대해 전부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2015. 2. 26.3) 선고 2010다106436 판결에서 설시한 실질적·종합적 판단방식에 입각해 사실관계를 살핀 후 피고인들이 위법한 근로자파견을 했다고 봤다. 이와 같은 판단 근거는 먼저 진행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7. 7. 14. 선고 2015가합71412 판결 이유와 동일한 내용이기도 하다. 자세한 판결 요지에 대해서는 매일노동뉴스 2017년 9월6일자 판례리뷰 “대형마트 계산원 불법파견 인정 사례”를 참고하길 바란다.

아울러 대상판결에서 적시한 징역형 선고의 양형 이유를 살펴보면 “파견법에 위반하는 위장도급은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및 파견법이 정한 사용사업주의 각종 책임을 잠탈하도록 하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을 불량한 근로조건·고용불안·저임금·각종 사회보험 미가입 등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이게 하는 범죄로서 우리 사회에도 큰 해악을 미치게 돼 죄책이 무겁다”고 설시하기도 했다.

4. 판결의 의미

가. 유통업체에 만연한 간접고용에 형사처벌로 제동을 건 판결
경향신문 2017년 7월27일자 보도에 따르면 300인 이상 주요 유통업체 간접고용 노동자가 약 3만5천630명에 이르고, 전체 유통노동자들 중 간접고용 비율이 약 30%에 달한다고 한다4). 대상판결은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과 같은 유통업체에 만연한 간접고용 방식에 대한 파견법 위반 및 원청의 형사책임 여부에 대한 첫 판결로 유사한 사례에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이고, 유통업체 고용형태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된다.

나. 파견법 위반은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미치는 범죄라는 양형 이유
대상판결은 양형 이유에서 파견법 위반의 위장도급은 원청의 법적 책임 잠탈로 인해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하게 하고 우리 사회에도 큰 해악을 미치게 해 죄책이 무겁다고 봤다. 파견법 위반의 위장도급의 폐해가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의 직접적인 원인이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해악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한 판결이다.

다. 유통업체 근로 지휘·명령 관계 특성을 정확히 지적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각 매장들은 동일한 운영방식과 서비스로 운영된다. 유통업체들이 전국적인 지점망을 운용하면서 ‘표준화된 서비스와 통일적인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용역업체나 현장대리인을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업무지시를 하는 듯한 외관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원청이 마련한 표준화된 업무 규칙 등을 통해 1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유통업체의 매장운영과 관련한 근로 지휘·명령 관계의 특성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5. 맺음말

비록 하급심이지만 법원에서는 민사상 근로자지위확인 판결과 형사상 파견법 위반 판결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파견법 위반의 위장도급이 실시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파견법 위반 고발과 민사소송이 제기된 지도 5년가량 지났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백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사회와 언론의 관심이 몇몇 대형마트에 집중돼 있었고, 노동부의 행정력도 미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이들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노동조합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상판결이 유통업 고용형태 정상화와 이를 통해 유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각주>
1) 매일노동뉴스(2019. 3. 11.) 대형마트 경영진 첫 징역형 선고
2) 세이브존 항소로 서울고법 2017나2049509로 사건 진행 중에 세이브존은 손해배상금을 증액하고 퇴사하는 조정안을 제시해 2018년 7월16일자로 조정성립 종결됐다.
3) 대법원은 2015. 2. 26.자로 4건(2010다106436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건, 2011다78316 및 2012다96922 KTX 승무원 사건, 2010다93707 남해화학 사건)의 판결을 선고하면서 근로자파견관계 판단기준 내지 판단요소를 구체적으로 설시했다.
4) 경향신문(2017. 7. 27.) 법원 “대형마트 계산원 불법파견”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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