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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대항권 주장은 부당하다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한민국은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지만 기본협약 가운데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부문의 4개 협약만 비준했고, 아직까지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 ‘강제노동 금지’ 관련 2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ILO에 가입한 지 28년 만에 비로소 가장 기본적인 협약인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새인가 ILO 협약 비준이 아닌 ILO 협약 비준에 대한 교환으로 사용자들의 소위 대항권 주장과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 주장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 주장처럼 노사 간 서로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니 언뜻 공평한 듯도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근본적으로 이 사회의 경제질서, 노동 3권이 왜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됐는지 다시 떠올려야 한다.

사유재산제와 사적자치, 경쟁을 기초로 한 초기 자유시장경제 질서하에서 노동자에게 인권이란 없었다. 기본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임금을 지급받고 장시간 노동에 고통받고 일하다 다쳐도 구제받을 길이 없고 어느 날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아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 재화의 공급은 넘쳐 나지만 소수의 생산수단을 가진 소위 자본가계급을 제외하고는 인권이란 없었던 사회, 그게 초기 자본주의 사회였다. 이러한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는 붕괴 직전까지 나아가게 됐고, 이 사회의 유지·존속, 인간의 존엄성과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원리로 사회국가원리, 사회적 경제질서가 도입되고 노동 3권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도 함부로 제한할 수 없는 권리인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됐다.

즉 노사는 원래 평등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하지 않은 계급 간 차별을 평등으로 조금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덜 기울어지게 하기 위해 법률로도 침해될 수 없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노동 3권이 보장된 것이다.

때문에 노동 3권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사용자와 평등한 관계란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이 사회 경제질서의 한계다. 반대로 말하면 사용자의 노동 3권이 너무 보장되면 균형이 무너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요구,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하라는 요구는 사회가 좀 덜 불평등해진다는 것을 의미할 뿐 힘의 역관계가 바뀌거나 이 사회에서 사용자가 가지는 권력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불평등한 관계를 조금이라도 덜 불평등하게 하기 위한 것이고, 이 사회의 유지·존속을 위한 것이며, 헌법상 사회적 경제질서와 사회국가원리의 실현, 사실상의 평등권 보장을 위한 것이다.

반면 사용자가 내미는 안을 ILO 협약 비준과 맞교환해서 현재 노조법을 후퇴시키겠다는 것은 현재의 불평등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해 달라는 요청에 다름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것이고, 불평등한 사회를 지향해 달라는 요구다. 사용자가 ILO 협약 비준과 맞교환해서 노동 3권을 제한하자고 하는 것은 평등한 맞교환이 아니라 불평등의 고착화 주장일 뿐이다.

ILO는 초기 자본주의의 병폐를 겪고 이 사회의 유지·존속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결사의 자유 협약은 회원국들이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고 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협약이다. 국제노동기구의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ILO가 설립된 지 어느덧 100년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노동은 상품이고 비정규 노동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숫자는 2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0%를 넘는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와 사용자는 대등하지 않다. 이 불평등한 사회를 헌법상 노동 3권이 보장되고,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최소한이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이다.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과 다른 요구의 대가관계는 성립될 수 없고 공평할 수도 없다.

조현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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