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와 재외공관 행정직 노동자들이 올해 임금교섭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외교부가 교섭 개시 조건으로 조합원 명부 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2일 노동평등노조(위원장 문현군)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조합원 확인 불가시 실질적 임금교섭 개시가 어렵다"며 조합원 명부 공개를 요구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해외 지역별 물가 반영한 주거보조비 책정 △자녀학비 보조수당을 비롯한 복리후생 △행정직원 자녀(26세까지) 신변안전보험 가입과 관련해 소요예산을 추계하려면 지역별·공관별 조합원수를 확인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조와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상견례에서 조합원 명부 공개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 외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 한 임금·단체협약은 협약 당사자와 그 협약을 체결한 노조 조합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해당 조합원의 인원과 근속연수가 정확히 파악돼야 임금교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재외공관 행정직 노동자들은 해외 곳곳에 흩어져 일한다. 노조가입 사실이 드러나면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노조가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지 않는 배경이다.

문현군 위원장은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사용자로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면 법대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노조는 외교부가 17일로 예정된 1차 교섭에 불참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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