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부장

지난해 9월 건설현장에서의 단속으로 사망한 딴저테이씨 사건으로 이주노동자 단속의 위험성이 드러났고,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도 직권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출입국·외국인청 조사과장과 직원 징계, 보호명령서 지침 마련 등 단속 절차를 준수할 것과 단속반 인권교육, 피해자와 유가족 권리구제 지원까지 명시하는 권고를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할 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의 면담 요청도 거부한 채 외면하고 있다. 정책 개선의 의지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 상하반기 나눠 진행하던 단속을 올해는 연중으로, 광역팀과 유관부처가 아닌 곳까지 합세해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의 단속은 정당한 법무 집행으로 포장돼 있을 뿐 이주노동자들에게 공포와 위협을 안기는 무자비한 본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단속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만 겨냥하지 않는다. 인종의 차이로 식별 가능한 이주노동자들 모두 대상이 된다. 딴저테이가 사망한 건설 현장의 경우 등록·미등록,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수갑을 채우고 위협적으로 단속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무수한 상품들이 불법이 아니듯, 이들의 노동을 불법이라 말할 수 없다. 영세 제조업, 농·어촌 등 노동력 기피 업종들은 이주노동력이 아니면 돌아가지 않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력을 활용하고 선호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단속은 그 자체로도 위법적·폭력적이지만 이주노동자 전체를 노예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존재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이주노동자 하면 ‘불법체류자’를 연상시키며 일감을 빼앗는다는 논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논리로도 확산된다.

딴저테이씨 사고 이후에도 김해 제조업 현장에서는 부산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원이 갑자기 들이닥쳐 베트남 노동자가 팰릿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기도 했다. 사지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지속적으로 고발되자, 정부는 단속 과정 중 당한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대법원 판결 이후 근로복지공단 업무처리요령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사망 등 부상과 사고가 심각하니 내려진 결정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사업주가 미등록인 것을 알고, 단속 과정에서 적극적인 도주로 사고가 발생했거나 일련의 행위가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는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인 올해 핵심협약 비준이 한국 사회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협약 중 대표적인 것이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이다. 고용허가제는 대표적 강제노동제도다. 사업주가 허가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고, 사업주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 이직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이주노동자가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사업주가 고의로 이탈 신고를 하면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된다. 고용 상태가 체류의 법적 권한을 결정하는 법·제도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극도로 사업주에게 종속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는 사실상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ILO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도 고용허가제 문제를 지적하며 근본적인 개선을 권고했지만 한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권을 막론하고 노동자들의 삶은 힘들다. 이주노동자는 더더욱 그래 왔다. 고용허가제를 만들고 시행한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을 표방하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노동에 ‘이주노동’은 없다. ILO 핵심협약인 강제노동 협약조차 비준하지 못하는 수치스러운 현실 속에서 강제노동의 피해로 미등록이 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단속만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노동조건의 방어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필요는 상식이어야 한다. 이주노조는 가장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과 권리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는 이주노조 활동가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단속추방이라는 카드를 썼다. 이주노조 초대 위원장은 오랫동안 보호소에 갇혀 있었고, 2대 간부들은 한꺼번에 표적단속으로 추방되는 등 노조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역사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주노조는 10년간 법외노조 상태로 있었다.

법무부는 사람을 위협하며 잡아 가두는 데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천부적 권리에 대한 보장과 이를 위한 법무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속 정책을 중단해야 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조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활동가들의 안정적 체류가 필수다.

다치고 죽어 나가도 오로지 ‘불법’ 프레임만 남는, 노동자임에도 자신이 하는 노동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노동자들,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쫓겨날 각오를 하고 외쳐야 하는 현실. 반성 없는 법무부에 고한다.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법·제도 문제로 늘 불법 딱지가 붙고 일상에 위협을 당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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