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는 “1.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2.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 3.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5. 근로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하거나 또는 노동위원회에 대해 사용자가 이 조의 규정에 위반한 것을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기타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사용자가 저지르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

위 조항의 4호 중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은 지난해 5월31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조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이어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면서, 이 법 규정의 효력을 2019년 12월31일까지로 못 박았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98호는 노동자의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권”을 규정한다. 이 협약은 노동자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서 전제조건이 되는 사용자 의무를 규정한다. 노동자 단체결성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는 ‘반노조 차별 행위(acts of anti-union discrimination)’를 해서는 안 되고, 노동조합의 설립·기능·운영에 대한 ‘간섭 행위(acts of interference)’를 해서도 안 된다.

ILO 협약 98호가 말하는 반노조 차별 행위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경우”와 “노동조합원이라는 이유 혹은 근무시간 이후나 사용자 동의를 얻어 근무시간 중에 노동조합 활동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간섭 행위란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노동자단체 설립 촉진을 기획하는 행위”와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의 통제하에 둘 목적으로 재정적 혹은 기타 수단으로 노동자단체를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한국 노조법이 말하는 ‘부당노동행위’의 내용과 ILO 협약 98호가 말하는 ‘반노조 차별 행위’ 또는 ‘노조 활동 간섭 행위’의 내용은 사실상 같은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살펴본 ‘노동조합의 운영비 원조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은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이를 금지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의 달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운영비 원조 행위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제한을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됐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해석은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근거로, 노동자단체 설립 촉진이나 노동자단체에 대한 금전적 혹은 기타 수단의 지원이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노동자단체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의 목적성을 중시하는 ILO 98호 협약의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노동조합의 전임자 급여 지급’ 문제는 종업원 조직(employees' organisation)과 노동자 조직(workers' organisation)을 구분할 때 해법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2014년 5월29일 헌법재판소는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2001년 12월 비준한 ILO 135호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되는 보호 및 편의에 관한 협약’을 거론하면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에 대한 절충안으로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도입된 이상 이 사건 노조법 조항들이 위 협약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한 바 있다(2010헌마606 결정).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사용자의 운영비 원조 행위가 합헌이라면,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도 합헌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에 관한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노조 운영비 지원에 관한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법리상 불일치 문제는 입법 과정을 통해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할 때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명시한 ILO 협약 98호는 ‘선 비준’이냐 ‘선 입법’이냐는 논란과 상관 없이 별다른 입법 조치 없이도 비준이 가능해 보인다.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2019년 12월31일까지의 노조 운영비 관련 개정이나 2020년 6월에 출범할 차기 국회를 통한 전면개정에서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사용자가 지배하거나 개입할 목적으로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라는 내용으로 기술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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