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김정훈(40·가명)씨는 16년차 학교예술강사다. 영화를 전공한 그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영화제작·감상·이해 등을 가르친다. 올해 그가 배정받은 강의시간(시수)은 230시간이다. 2018년 학교예술강사 평균인 271시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학교예술강사 연봉은 시급 4만3천원과 강의시간을 곱해 산출하는데 그가 강의로 손에 쥐는 돈은 연 989만원에 불과하다. 100만원을 밑도는 월급을 그는 "숨 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표현했다. 일이 끊기는 방학 때는 지자체·영화산업 관련단체와 기관에서 운영하는 캠프를 '뛴'다. 1년 내내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지만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영화수업 덕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는 학생들 말에 보람을 느껴 일을 놓지 못한다.

대부분 예술강사는 김정훈씨 상황과 다르지 않다. 2018년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전국예술강사노조(위원장 김광중)가 작성한 연구보고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임금체계 모델 연구'에 의하면 학교예술강사(표본 531명)의 82.1%는 수입이 적고 불규칙해 예술강사 말고도 별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1시간 강의를 채워도 연봉은 1천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학교예술강사가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화예술노동연대·노조가 '예술교육, 노동을 말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예술강사의 또 다른 이름, 초단시간 노동자"

학교예술강사의 불안한 생활은 초단시간 노동자라는 신분에서 출발한다. 정부의 학교예술강사지원 사업을 전담하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예술강사의 고용책임을 회피하려 간접고용 방식과 초단시간 근로를 이용했다. 2009년 대법원이 학교예술강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벌어진 일이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단계적으로 학교예술강사 고용을 지역센터·국악운영단체에 이관했다. 2010년에는 학교예술강사의 연 476시간 강의시간 제한규정도 만들었다. 주휴수당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다. 1년 평균 34주 수업을 하는 학교예술강사 강의시간을 연 476시간으로 제한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주 14시간으로 떨어진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과 연차 유급휴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근로기준법을 활용한 것이다.

김정훈씨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묶여 있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며 "은행 대출이 어려워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건강보험 가입 여부는 대출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은행 대출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보험법 6조는 1개월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단시간 노동자를 직장가입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예술강사는 고용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지만 실업급여를 받기도 어렵다. 노조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이들의 실업급여 수급비율은 13.33%에 불과하다. 노조는 "실업급여 적용률이 낮은 이유는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학교예술강사의 강의일만 근로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평균 271시간을 수업하는 학교예술강사는 '최근 18개월간 근무일 180일 이상'이라는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예술교육 실현하려면 강사 처우개선부터"

오세곤 순천향대 교수(연극무용학)는 "국가의 의무인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데 예술강사는 꼭 있어야 할 존재로 간접고용이나 초단시간 근로 같은 처우를 받을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는 학교예술강사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문화예술교육법) 5조의2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김광중 위원장은 "학교예술강사에게 최저 생계가 가능한 월급을 지급하고 4대 보험을 보장해야 한다"며 "학교예술강사들은 상당수가 피부양자격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직장가입을 희망하고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월급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예술강사는 매달 임금을 받지만 실제 강의시간으로 책정되는 임금액이 불규칙하다.

이상은 문화예술교육진흥원 팀장은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예술강사에게 적절한 처우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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