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플랫폼사를 상대로 파업을 한다고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지금 같은 파업은 앞으로는 무의미해질 겁니다."

박정훈(33·사진)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이 "앞으로 플랫폼 노동시장이 확장해 노동환경과 고용형태가 달라질 것"이라며 한 얘기다. 그는 노동운동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리운전·배달·콜택시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을 공급한다. 대개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특수고용직이다.

<매일노동뉴스>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휴(休)서울이동노동자합정쉼터'에서 박정훈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맥도날드 배달노동자이면서 배달애플리케이션인 '우버이츠' 노동자이기도 하다. 플랫폼 노동시장이 커 가며 나타나는 현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실감하고 있다. 그에게 플랫폼 노동시장의 실태를 들었다.

플랫폼 노동자에 책임 씌우는 구조 … 이상적인 공유경제와 달라"

박정훈 준비위원장은 "현재 플랫폼 노동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유경제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용자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을 하고 노동자가 대부분의 책임을 짊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물품을 나눠 주고 빌려 쓰며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에서 공유하는 것은 노동자다. 배달노동자는 부릉·바로고·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앱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지만 배달노동을 위한 필수품 오토바이는 대여하거나 자기가 소유한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플랫폼 노동이 확대하면서 오토바이 구매비·대여비와 관리비는 배달노동자 몫이 됐다. 배달노동자는 매달 대여비와 관리비만으로 수십 만원을 지출한다.

플랫폼 배달노동자는 일부 직종만 산재보험 보호를 받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택배원 중 퀵서비스업자에게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이다. 박정훈 준비위원장은 "한국의 플랫폼 배달노동자는 대개 한 개의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돼 고정적인 노동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 전속성이 강하다"며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주장했다.

"전속성 모호한 플랫폼 노동자 산재인정 어려워"

그런데 전속성은 차츰 옅어지고 있다. 그는 "우버이츠같이 전속성이 모호한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플랫폼사를 사용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버이츠는 미국 우버사가 운영하는 배달대행앱이다. 노동자는 앱에 로그인해 자유롭게 일을 시작하고 로그아웃해 업무를 종료할 수 있다. 노동자의 전속성이 모호해지니 누구에게 권리를 요구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업무 중 문제가 발생해도 문제 해결을 요구할 당사자가 없는 것이다.

박 준비위원장은 해법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활동 보장을 제안했다. 그는 "노동운동도 변화된 환경에 발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사는 실시간으로 대체인력을 구할 수 있어 전통적인 노동운동 방식인 파업으로는 사측을 압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단체행동으로 사이버상 집단행동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5월1일 출범한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배달노동자의 산재 유급휴일·실업급여 보장 △정부와 플랫폼사·프랜차이즈사, 라이더유니온의 3자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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