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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제기 산재승인취소 소송을 어떻게 볼 것인가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달 중순 유족급여 부지급처분취소 소송 당사자였던 유족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변호사님, 큰일 났어요. 근로복지공단에서 이상한 문서가 왔어요.” 전화통화로는 내용 전달이 어려워 당사자에게 그 문서를 가지고 사무실로 오시라고 했다.

그 ‘이상한’ 문서는 다름 아닌 ‘소송고지서’였다. 공단을 상대로 사업주가 제기한 산재승인처분취소 소송에 당사자인 유족이 직접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만약 소송고지에도 불구하고 유족이 소송에 참가하지 않고, 이 소송이 사업주 승소로 끝나 산재승인처분이 취소될 경우 이제껏 받았던 보험급여를 모두 부당이득으로 환수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었다. 유족 입장에서 참으로 황망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막연하게나마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있던 당사자는 소송고지가 어떤 의미인지 적나라한 설명을 들은 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 사건은 애초 근로복지공단에서 유족급여 청구를 받아들인 건이 아니었다. 무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송 끝에 재판부의 조정 권고를 공단이 받아들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한 후 소송물(소송 대상 사항)이 소멸함에 따라 유족이 소를 취하해 종결된 건이기 때문이다. 기나긴 소송을 대리했던 필자 역시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회사는 처분 전 단계부터 소송 전반에 이르기까지 유족의 다양한 입증활동을 방해했다. 회사가 임의로 작성한 영업일보를 받아 본 유족은 재해자의 출퇴근 시간과 영업일보의 근로시간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회사가 제대로 된 근로시간 산정 자료를 내놓지 않을 거라 판단한 끝에 법원을 통해 사실조회신청을 했고, 은행에서 교대근로자의 급여계좌 거래내역을 입수했다. 교대근로자 임금과 재해자 임금을 비교함으로써 겨우 재해자의 근로시간을 간접적으로나마 밝힐 수 있었다. 결국 소송에서 이겨 긴 싸움이 끝났다고 안도했지만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처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승인된 산재 취소를 요구하는 사업주의 소송 제기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산재보험료율 변동과 보험료 증액을 사업주 불이익으로 인정한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87년 선고된 이 판결은 당시 석탄공사가 재해자의 진폐증을 산재로 인정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기 위해 노동부(지금의 근로복지공단 업무를 함)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도 보험료액의 부담범위에 영향을 받는 자로서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진폐증과 소음성난청·석면으로 인한 질병으로 재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은 보험수지율 산정을 위한 보험급여액에 합산되지 않도록 보험료징수법이 개정됨에 따라 위 질병에 한해서는 더 이상 사업주가 보험료 할증을 법률상 이익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마찬가지로 올해 1월1일 시행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1항2호에 따른 모든 업무상질병에 대해 지급된 보험급여를 보험수지율 산정을 위한 보험급여액에 합산하지 않도록 했다. 따라서 이제 업무상질병이 산재로 승인돼 재해자나 유족에게 얼마의 보험급여가 지급되든 사업주는 더 이상 보험료액 부담범위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회사는 보험료 할증 외에도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산재발생 사업장 지정 등 막연한 이유를 들어 여전히 산재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향후 산재보험으로 보전되지 않는 위자료 등을 재해자가 민사소송으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불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게 처분의 당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란 당해 처분의 근거법규와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말하고,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과 같이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데 불과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판례의 법리이기도 하다. 과연 회사가 주장하는 불이익이 전자에 속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따져 볼 일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유족은 다시 필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 보조참가했고,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에 따라 원고 회사에는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본안 전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에게는 불이익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밝히라고 석명하고, 피고 근로복지공단에는 원고 회사에 대한 2019년도 산재보험료율결정통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본안으로 들어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거듭 다툴 필요도 없이, 본안 전 항변이 인정돼 회사가 제기한 소송이 각하되길 바란다.

유족은 소송참가고지서를 받은 이후로 심장 두근거림과 불면증을 겪는다고 한다. 사업주의 산재승인취소 소송은 재해자나 유족에게 산재신청 자체를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여지도 크다. 복잡한 신청절차와 소송 과정에 더해 상당한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재해자나 유족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법령 개정 내용을 잘 알지 못해서, 또 한편으로는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심코 던져진 소송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유족마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회사는 물론 근로복지공단도 알았으면 한다.

조애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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