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CCTV로 화재를 감지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적·녹·청 빛의 삼원색을 혼합해 만들어진 색을 기호해 나열한 RGB값만으로 화재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날씨나 빛의 양 등 주변 환경에 따라 RGB값이 달라졌고 오경보율이 높았다.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은 약 15만건의 화재 데이터를 학습했고 화재 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알고리즘으로 구성했다. 화재 영상 감지기는 연기나 불꽃만으로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 정확도는 98%로 올랐다.

한 건설안전관리 전문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화재감지기 얘기다. 화재감지기 사례처럼 AI·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재단법인 피플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현황을 살피고 전망을 논의하기 위한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을 열었다.

"산재 감소 가능성, 데이터 축적 필요"

이날 포럼에서 신동일 명지대 교수(화학공학)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안전관리시스템이 발전하려며 데이터를 우선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더욱 정교하게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유다. 정교한 알고리즘은 정확한 현황 파악과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가정 내 AI 스피커에 '위험물 사고에 대해 알려 줘'라고 말하면 아직까지 대답을 못한다"며 "안전 관련 지식이 체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뜻은 사고가 발생해 희생이 있었다는 의미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도 고민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안전관리 전문기업인 지에스아이엘 이정우 대표는 "스마트 안전관리기술이 발달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나아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확보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리얼타임 로케이션 시스템(RTLS)’ 기술을 예로 들었다. RTLS는 사물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노동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터널·지하도와 같이 외부와 단절된 작업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 상황을 안전관리자가 직접 보지 않아도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터널 공사 중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RTLS를 활용해 근로자 위치와 대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규모별 산재 격차 심화 우려

산업안전기술 발달이 기업규모별 산재 발생 격차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됐다. 윤조덕 ㈔한국사회정책연구원장은 "산재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안전기술을 소규모 사업장에는 어떻게 적용할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동일 교수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안전 관련 협회나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에 안전관리시스템을 임대해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은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한다면 산재 사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현장에서 산업 안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안전보건솔루션업체인 헤르스의 김형석 대표는 “초연결사회가 도래하면서 블랙아웃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술을 검증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