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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료·신도리코] 노조 만들었는데도 '노조할 권리' 못 찾은 노동자들
▲ 배혜정 기자
한국음료와 신도리코. 지난해 노조 깃발을 올렸지만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 탓에 갈등이 첨예해진 사업장들이다.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는 요원하기만 하다.

노조활동 시간·장소 요구가 단식까지 할 일?

최영수 화섬식품노조 한국음료지회장과 조합원들은 26일로 21일째 단식 중이다. 전면파업은 177일차다. 지회는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와 사무실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음료는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 손자회사다. 지난해 4월 노조를 설립한 한국음료지회는 같은해 5월부터 임금·단체교섭에 들어갔다. 협상은 진척이 없다. 회사는 교섭에서 "우리처럼 작은 규모 회사에서는 노조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며 "회사가 성장하면 그때 들어줄 테니 지금은 노조가 양보하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영수 지회장은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로 인수된 후 지난 8년간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며 "코카콜라와의 임금·노동조건 차별이 워낙 커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처음에는 임금·복지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만 달라는 건데, 이게 177일 간 파업하고 21일째 단식해야 할 문제인지 LG그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지난 13일부터 2주간 한국음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있다. 산업안전과 교섭해태·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비롯한 노동관계 전반을 살핀다. 26일이 감독 마지막날이다. 노동부는 감독기간을 연장을 할 방침이다. 전주지청 관계자는 "자료 확보와 분석을 위해 감독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어 교섭이 빨리 타결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섭 지지부진 신도리코, 분회장 징계 시도

사무기기 전문업체인 신도리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노조를 설립했다. 같은해 7월 교섭을 시작했지만 회사가 보인 태도는 한국음료와 다르지 않았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신도리코분회(분회장 강성우)는 신도리코 본사·신도중앙판매·신도디에스사무기 등 3개 사업장을 조직대상으로 한다. 조합원은 220여명이다.

회사는 회의실에 교섭 현수막을 거는 것도,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도 거부했다. 교섭위원들의 교섭시간은 무급으로 처리했다.

지난해 12월13일 분회가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기 전까지 19차례 교섭에서 회사는 "118개 단협 조항이 너무 많다"며 단 한 개도 합의하지 않았다.

중앙노동위 조정에서 분회는 임금요구안(정액 17만원 인상)까지 철회하고 타임오프와 노조사무실 제공을 요구했다. 이조차 회사는 거부했다. 강성우 분회장은 "회사가 노조와는 단 하나라도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월과 이달 18일 두 차례 파업에도 회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회사가 강 분회장 징계를 시도하면서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회사는 "대표이사를 미행했다"는 이유를 들어 강 분회장에게 경위서 제출과 징계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강 분회장은 "면담을 요청하며 대표이사에게 접근한 것을 미행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정당한 노조활동에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부당한 지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구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 노조인정과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 분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의 기본인 노조할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실을 신도리코에서 목격하고 있다"며 "참담하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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