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연임 여부가 가려질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소액주주 위임장을 받아 연임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조 회장 연임을 추진하는 대한항공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사학연금지부, 공무원연금노조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수 일가 범죄가 단죄되지 않았는데도 조 회장 이사연임 안건을 버젓이 상정한 대한항공은 경제정의와 사회공익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한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라 조 회장 연임안은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보유한 주식(29.96%)을 포함해 조 회장 특수관계인이 가진 우호지분은 32~35% 정도로 추정된다. 소액주주들이 회사가 제출한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평소라면 조 회장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사를 연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참여연대는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하락시킨 조 회장 일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결정에 따라 연임안 통과 여부가 갈릴 수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각각 0.28%, 0.02%를 보유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사학연금 가입자를 조직한 연맹들이 사학연금공단에 조 회장 이사선임 반대 주주권를 행사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공무원연금측에도 사회공익을 위한 기금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마치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신분제 사회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게 대한항공 경영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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