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이 온 나라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그 후 아홉 해가 지났다. 그사이 촛불혁명도 있었다. 하지만 천안함의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천안함 사건은 여전히 수구세력과 자유주의 세력 간 정쟁수단으로 소비되고 있다.

지난 23일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천안함 사건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이라고 했다. (…)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26일 북한군 잠수정이 침입해 경계임무 중이던 천안함을 어뢰로 침몰시킨 명백한 도발이다. 그때 장병 46명이 현장에서 실종되거나 사망하고, 구조하던 한주호 준위도 순직했다. (…) 천안함 사건을 ‘폭침’이 아니라 ‘충돌’이라고 하니 개탄스럽다.” 자유한국당은 22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113명 명의로 정경두 장관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필자는 당시 이 사건에 커다란 의혹을 품고 한동안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해 활동했다. 공동행동 활동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 발표의 문제점’이라는 소책자로 발표됐다. 하지만 '공동행동'에서도 공동의견을 만들어 내지 못해 필자의 생각이 다른 이의 생각과 병기됐다. 민중운동 안에서조차 하나로 통일된 견해를 만들지 못했으니 안타깝다.

천안함 사건을 반북 이념공세 수단으로 삼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진실이 밝혀지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어둠의 역사를 그만큼 앞당겨 끝장내는 일이므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현 집권당은 자신이 야당일 때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 대선 국면에서 정부 발표를 인정한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이런 선회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당시 야당이나 운동권에서는 정부 발표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쏜 어뢰에 맞아 천안함이 폭침됐다는 이명박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안설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그 때문에 야당과 운동권의 주장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것으로 치부됐다. 급기야 2012년 문재인 야당 대선후보는 표를 의식해 정부 발표를 인정한다고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천안함 진실을 밝히려면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의 과정이 이를 입증한다. 불완전하더라도 대안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 놓고 어느 쪽이 진실인지 정부 발표와 상호 비판하면서 진실을 밝혀 나가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슷한 주장은 미국 탐사전문기자 웨인 매드슨(Wayne Madsen)이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철수시키려는 일본 하토야마 정부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벌인 자작극(false flag)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근거 제시는 미흡한 채 추론만으로 주장해서 설득력이 부족했다. 이런 방식으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

운동권에서 거론된 대안설명도 도마에 올려야 한다. 운동권에서 거론한 대안설명은 일차 사고는 좌초이고 이차 사고는 세월호 참사 같은 교통사고라는 것인데, 이를 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 백령도 주위에는 천안함이 좌초한 흔적이 없다. 좌초할 만한 모래톱도 없다. 일차 사고로 천안함이 모래톱에 좌초했다가 스크루를 돌려서 자력으로 빠져나왔다는 사실무근 주장은 군말 없이 폐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차 사고는 잠수함이 실수로 천암함을 들이받아 두 동강 났다는 것인데, 어느 잠수함이 그런 엄청난 교통사고를 냈는지 제시해야 한다. 실수로 좌초했다가 빠져나온 다음 실수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부터가 황당무계하다.

단순한 교통사고라면 그런 대형사고를 낸 잠수함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미국 또는 이스라엘 잠수함이 그런 교통사고를 냈다는 설(說)이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왜 이 교통사고를 은폐하는지, 그리고 인명피해에 왜 책임을 지지 않는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천안함 일차 사고는 실수에 의한 좌초가 아니라 수중 폭발물로 배의 스크루 부분이 훼손되고 파손된 사고다. 천안함 스크루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양쪽 스크루가 심하게 녹아내린 것은 물론이고 이상한 모양으로 심하게 휘었다. 합동조사단은 이 부분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배 중간 부분에서 어뢰가 폭발하고 급정거하면서 그 충격으로 날개가 휘었다고 주장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날개의 휘는 방향이 반대였다. 이것은 곧 배 중간 부분에서 일어난 어뢰 폭발 때문이 아니라 배의 스크루 뒤편에서 일어난 수중 폭발 때문에 스크루가 휘었음을 입증한다.

이 폭발사고는 실수일까? 수중 폭발물에 의한 스크루 파손은 실수일 가능성이 낮다. 일차 사고가 수중 폭발에 의한 고의적 사고라면 이차 사고도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충돌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 연거푸 실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일차 사고에서 배를 침몰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로 이차 공격을 가해 침몰시켰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무수하다. 천안함이 충돌해 두 동강 난 곳은 백령도 서쪽바다가 아니라 백령도 남동쪽 용트림 바위 앞바다다. 그곳에서 한주호 준위가 구조작업을 했다. 잠수함이 빠져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주한 미 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의 움직임이 비상했음을 볼 때 미군 잠수함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당시 이스라엘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공개로 방문했는데, 그가 왜 다녀갔는지도 밝혀야 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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