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리미어플레이스빌딩 앞에서 강사공대위가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를 열었다. <강예슬 기자>
"마우스를 누르는 손가락에 내 미래를 걸어야 하는 현실이 정말 절망적입니다. 선생님이 줄고 강의 규모가 커지니 강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박혜신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일어나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수강 대란과 강의 질 저하에 대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리미어플레이스빌딩 앞에서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가 열렸다. 강사공대위는 "학부생들이 필수 강좌도 수강하지 못해 졸업까지 위협받는다"며 "정부와 국회가 대학의 구조조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사법은 △대학 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방학 중 임금지급 △퇴직금·4대 보험 적용 등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8월1일 시행한다. 다수 대학은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 재정부담이 예상된다며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개설강좌를 줄이고 있다.

"학생 학습권 침해 주장에 학교는 모르쇠"

이날 결의대회 자리에 모인 시간강사·학생들은 "수업 듣고 싶어"와 "수업 하고 싶어"를 번갈아 외쳤다. 경희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보경씨는 "이번 수강신청 때 수업을 두 개밖에 잡지 못했다"며 "전쟁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패배한 기분으로 수강신청을 끝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사공대위는 개설과목을 축소한 대학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판했다. 연세대에 다닌다는 박여찬씨는 "연세대 강사공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773명 중 90%가 수업의 질적·양적 저하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며 "학교는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교양수업은 지난해에 비해 66%가 감소했다.

중앙대생 이찬민씨는 "대학강사 노동권이 곧 학생 수업권"이라며 "강사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학교는 강사법 시행으로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며 "강사법 도입으로 추가 소요될 예산은 최대로 산정해도 10억원에 불과하지만 중앙대는 지난 10년간 신축 건물을 세우는 데 2천500억원을 들였다"고 지적했다.

"정부, 손 놓고 있지 말아야"

강사공대위는 시간강사 구조조정으로 인한 학생의 학습권 침해 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여찬씨는 "면담 중 대학본부가 정부의 강사법 시행 의지를 의심하는 듯 보였다"며 "정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기준에 강사수, 최근 3년간 강사 규모 축소 폭 등을 포함시켜 대학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량해고에 반대하는 대학 강사들의 네트워크인 '분노의 강사들'에 참여하고 있는 김어진 강사는 "정부의 무능은 의지의 무능"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강사법 연착륙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즉각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김보경씨는 "강사법 시행은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시간강사 구조조정 대처는 실패했다"며 "돈이 없어 강사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사립대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정부 차원에서 본격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교육부가 강사법으로 발생한 혼란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를 감독할 권한을 가진 국회 상임위원회를 가동해 교육부의 잘못을 질책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해직강사 긴급생활자금 지원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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