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개 노조가 통합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를 출범시켰다. 최현준(사진 오른쪽)·채성진 위원장이 첫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개 노조가 통합했다. 2009년 옛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LH가 출범한 지 10년 만에 노조들이 힘을 모았다.

공사에는 옛 주택공사 직원들이 가입한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와 옛 토지공사 직원들로 구성된 LH노조, 신입직원들을 중심으로 2015년 설립된 LH통합노조가 따로 활동했다. 3개 노조는 21일 오후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출범식을 개최했다.

통합을 추진한 3개 노조 집행부가 한 팀을 꾸렸다. 최현준(47·사진 오른쪽) 옛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위원장과 채성진(49·사진 왼쪽) LH노조 위원장이 통합노조 첫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상급단체는 한 곳으로 결정하지 않고 공공노련·공공연맹 동시가입 형태를 유지한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유니언숍 도입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갈라진 노조로 인해 오랜 시간 겪었던 조직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차별을 줄여 나가는 것도 과제다.

두 공동위원장에게 통합 과정 이야기와 노조에 주어진 과제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오후 본사 건물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통합 없이 노조 역할 못한다는 결론 내려"

- 공사 노조들이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실제 몇 차례 시도도 있었다. 통합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발목을 잡았나.
채성진 : 노조가 갈라져 있으면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다. 자리싸움이 발생한다. 자기 노조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공사에 반영되게 하기 위해 충돌한다. 이 문제로 우리 노조들도 오랜 시간 경쟁하고 갈등했다. 조합원·노조 활동가 사이에서 통합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싹텄지만 선뜻 불을 지피기 힘들었다. 최현준 위원장이 2017년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서로 불씨를 댕겨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최 위원장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최현준 : 두 회사가 강제로 통합되면서 조합원·노조 간 갈등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통합 후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일한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갈등이 완화했다. 자주 만나고 대화해 보니 그동안 갈등했던 것이 별것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세 노조가 서로를 신뢰하고 자기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을 자세가 돼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동의하지 않았다면 통합은 불가능했다. 세 집행부 모두 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채성진 위원장이 저를 치켜세워 줬지만 통합 문제에서 우리 노조가 조금 소극적으로 임했던 모습이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가까이 통합논의를 하면서 쌓인 불신을 해소하고 오해를 풀어 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 통합 과정에서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최현준 : 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하고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 경영진을 대하는 마음은 노조라면 모두 같을 거다. 그런데 노조가 갈라져 있으니 부딪친다. 승진이나 자리 욕심이 갈등에 반영된다. 현장 조합원들의 갈등이 노조와 노조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소속 조합원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양보합시다" 이렇게 말하기 어렵다. "통합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잘 지내 봅시다" 이렇게 말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더라.

채성진 : 갈등을 조율하는 게 참 어렵다. 노사가 합리적이고 공평한 인사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통합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이해를 적절하게 맞출 수 있는 노조 규약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공동위원장 체제로 출범하지만 싫어하는 조합원이 왜 없었겠나.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조직규모가 크지 않나. 최현준 위원장이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대형 공공부문노조에 걸맞은 역할 하겠다"

- 통합을 준비하고 실행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최현준 : 대외환경 변화가 컸다. 공사에 3개 노조가 있었다. 신입직원을 중심으로 세워진 노조는 매년 규모를 늘리는 반면 기존 노조는 기득권은 있지만 관리직으로 올라가면서 조합원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노조가 달라서 갈등하고, 세대가 달라서 갈등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된 셈이다. 세 노조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통합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신입직원을 중심으로 조직한 LH통합노조가 기존 노조를 압도했을 때 손을 내밀기가 어려워진다. 늙은 당신들은 이제 뒷방으로 가시라고 하면 어떡하나. 그런 상황이 불거지면 또 갈등한다.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많이 전환된 것도 감안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2천여명이다. 무기계약직보다 정규직이 기득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지 연구해야 한다. 출신 간 갈등과 세대 간 갈등에 더해 직군·직렬 간 갈등까지 불거질 우려가 생긴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싸우고 있지 않나. 우리 공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채성진 : 노조가 갈라져 있으니까 경영진이 이를 이용한다. 이간질을 시키더라. 많이 당했다. 공사가 통합해 출범할 때 금융부채만 105조원이었다. 구조조정 압박이 심했다. 실제 임금반납과 구조조정을 당했다. 노조가 하나로 뭉쳐 있었더라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했을까.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곧바로 조합원들이 피해를 본다. 외환위기와 통합 이후 두 차례 구조조정을 겪었다. 노조가 힘을 모아 미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 힘을 후배들에게 남겨 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2년 전 10월 노조 창립기념식에서 통합 당위성을 말했는데, 내부에서 탄핵 이야기까지 나왔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 공공부문에 대형 노조가 탄생했다. 대내외 활동이 기대된다.
최현준 : 노조가 쪼개져 있을 때 소규모 단위사업장 취급을 많이 받았다. 대외적으로 힘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현재 공사 전체 직원이 인턴까지 포함해 1만500명이다. 조합원은 7천700여명이다. 이달에 신입사원 300명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간다. 상반기에 8천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커진 규모에 걸맞은 책무를 해야 한다. 노사가 같이하는 상생활동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역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예전에는 사측에 의해 사업이나 대화가 중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통합 후 경영진을 대하는 힘이 크게 늘었다.

채성진 : 최현준 위원장이 대외사업을 많이 맡을 것이다. 이전에 내부갈등에 치중하느라 바깥으로는 눈도 제대로 못 돌렸다. 지역사회 공헌사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성과연봉제 저지투쟁에 따라 성과급을 반납한 금액이 적립돼 있다. 일부는 공공상생연대기금에 냈는데, 일부는 적립하고 있다. 진주지역 학교 기부를 포함해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을 것 같다. 공공기관노조들과 함께 대정부 활동도 강화할 것이다.

- 아직 상급단체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채성진 : 현 체제를 한동안 유지할 예정이다. 조합원과 상의하면서 방향을 찾아가려 한다.

최현준 : 대의원·조합원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 통합노조는 아직 대의원대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과 정서를 수렴해 보지 못했다. 1년 정도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노동이사제와 유니언숍 도입할 것"

- 뜻과 지향이 비슷한데도 함께하지 못하고 복수노조 체제인 사업장이 적지 않다.
채성진 : 노조는 통합하고 연대해야 한다. 자기 집단의 이익만 돌보려 한다면 통합할 수 없다. 더 큰 공동체 이익을 좇아간다면 조합원들도 눈을 돌리지 않겠나. 노동자는 양대 노총으로 나뉘어 있다. 같이하면 정부를 상대로 못 이길 것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안다. 그런데도 통합하지 못한다. 이념과 기득권을 앞세우다 보니 같이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조직 내 논리를 개발하고, 만나면서 마음을 돌려 나가야 한다.

최현준 : 집행부가 끌고 가야 한다. 노조의 힘은 연대에서 나온다.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뭉쳐야 한다. 우리 조합원들은 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한다. 그동안 노조가 달라 힘도 제대로 못 냈다. 연대하고 통합해야 노조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 내년 11월까지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한다. 임기 중 해결하고 싶은 사업이나 과제가 있다면.
최현준 : 그동안 못했던 대외 사업을 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 내 갈등을 빨리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내년 11월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10년 동안 같은 회사에 있었지만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얼굴 한 번 못 본 조합원들을 이제부터 찾아가려 한다. 소규모 노조에서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큰 노조가 됐다.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노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노동이사제도 도입하려 한다.

채성진 : 올해 사업이 가장 중요하다.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이해를 녹여 내야 한다. 통합을 잘했구나 느끼도록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출신별·세대별·직군별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면서 노조통합이 나에게도, 우리 조직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멋진 노조를 물려주고 싶다. 공사 모든 노동자가 단결할 수 있도록 유니언숍을 도입할 생각이다. 임금교섭에서는 신입직원·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 임금격차를 줄여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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