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판단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총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에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대법원의 시영운수 판결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신의칙 적용기준을 잘못 이해해 신의칙이 아예 배제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며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 의견의 취지와 내용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인천 시영운수 시내버스 노동자 박아무개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은 무효”라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내려진 갑을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김희성 교수는 “2013년 전원합의체는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면 궁극적으로 노사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보아 신의칙이라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며 “시영운수 판결 논리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 의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조직법은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심판하도록 하고 있다”며 “신의칙 적용기준에 대한 해석을 종전과 달리하려면 법원조직법에 따라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치는 것이 마땅함에도 소부(민사2부)에서 2013년 판결과 모순되는 법리를 제시한 것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기업 경영은 법률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며 “최근 재판부가 근로자 보호만을 강조해 노사합의 파기를 용인하고 약속에 대한 신뢰 훼손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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