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18일 “노사 양측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과제를 우선 집중 논의하자”고 노사 단체에 제안했다.

노동계와 재계는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에서 단체교섭·쟁의행위와 관련한 제도개선안을 각각 5개씩 제출한 상태다. 이 중 이견이 적은 의제에 의견접근을 한 뒤 지난해 11월 발표한 단결권에 대한 공익위원안을 바탕으로 일괄 타결하자는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폐지 안 돼, 단협 유효기간은 논의 가능”

가장 큰 쟁점은 재계 요구안이다. 재계는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 폐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명확화(유효기간 명문화)다.

공익위원들은 부당노동행위 폐지와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은 지나친 요구로 보고 있다. 헌법상 노동 3권을 제한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나머지 요구안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경사노위 기자회견에서 사견을 전제로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는 판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 법에 명시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며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 요구도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7년까지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했고, 국제노동기준과도 직접 관련이 없어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파업 대체근로에 대해서는 “ILO도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은 국제노동기준에 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부당노동행위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기업별교섭 강제 문제 개선해야”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산별교섭 활성화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 및 목적 확대 △노조활동 및 쟁의행위 관련 민사책임·형사처벌 개선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박수근 교수는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대상·목적 확대에 대해서만 “충분히 검토한다면 노동계 입장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요구안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 법 개정 범위가 넓거나, 사회적 논란이 커서 당장 합의하기 어려운 의제로 분류했다.

이승욱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은 전체적인 손질은 어렵지만 미시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산별교섭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현행 복수노조 제도가 기업별교섭을 사실상 강제하는 상황에서 교섭 당사자 선택에 따라 교섭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협상 어렵게 한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요구안을 검토·분석한 협의기초자료를 지난 11일 노사 단체에 전달했다. 노사 협상이 재개되면 기초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은 “기초자료를 기반으로 현실성 있는 협상을 진행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열리더라도 난항이 예상된다. 재계는 실업자·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지난해 11월 단결권에 대한 공익위원 합의안과 단체교섭·쟁의행위 관련 재계 요구안을 놓고 일괄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단결권 확대에 대한 공익위원안이 나왔기 때문에 단체교섭·쟁의행위에 대한 노동계 요구안은 협상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박수근 교수는 “지난해 11월 단결권에 대한 공익위원안도 노동계 비판을 감수하면서 경영계 요구안을 반영한 결과”라며 “경영계가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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