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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 "정부는 정녕 한국인 선원이 고사하길 원하나"
▲ 정기훈 기자

해운수산업계가 승선근무예비역 존폐 문제로 들끓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대체복무제도 폐지 방침을 밝혔는데 승선근무예비역이 포함된 것이다. 국방부는 병역자원 감소와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현역자원 확보를 위해 대체복무제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매년 1천여명의 승선근무예비역을 배정받는 해운수산업계는 "임금이 싼 외국인 선원에게 일자리를 내주며 한국인 선원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승선근무예비역까지 폐지되면 한국인 선원은 씨가 마를 것"이라며 "전쟁이라도 발생하면 배가 있어도 선원이 없어 구멍이 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7만명의 선원노동자가 가입한 선원노련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태길(59·사진) 위원장은 "현재 선원 2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이라며 "승선근무예비역은 한국인 선원을 양성하고 고용을 강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맹 서울사무소에서 정태길 위원장을 만났다.

-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폐지 기로에 놓였다.

"바다도 우리나라 영토다. 전쟁이 나면 민간 선박이 동원된다. 그런데 배가 있으면 뭐하나. 선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육지의 길과 바다의 길은 다르다. 선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수년간 경험이 쌓여 선원이 만들어진다.

승선근무예비역은 2007년 유사시 동원선박의 운항요원을 사전에 확보하고 해기사를 안정적으로 양성해 해운수산업계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하나. 당시 후쿠시마항은 물론이고 인근 항구까지 외국인선원 입항 거부로 국가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청년일자리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 승선근무예비역과 청년일자리가 어떤 관련이 있나.

"젊은이들이 배를 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흔한 카카오톡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절과 고립보다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불투명한 미래다. 한진해운이 파산했을 때 해기사 4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현재 승선근무예비역 복무자 3천200여명 중에서 국제선박에 항해사·기관사로 복무하는 인원이 1천500명, 내항상선이나 원양어선·연근해어선·해외취업선 복무인원이 1천700명이다. 지난해 승선근무예비역 관리·감독 문제로 배정받지 못한 한 해운회사가 항해사와 기관사를 모두 외국인 해기사로 대체해 버렸다. 승선근무예비역을 없애면 연간 1천여개 일자리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한국인 선원 감소현상이 심각해 보인다. 조합원 고령화와 비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할 타개책이 있나.

"2008년 연맹과 한국선주협회·해양수산부가 '한국인 선원 고용안정과 일류 해운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적정 규모의 한국인 선원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선원 노동조건과 복지제도 개선은 물론 고용안정을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우리 선원의 60% 이상이 계약직으로 일한다. 이들은 대부분 1년 단위 근로계약서를 쓴다.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와 유급휴일을 쓰고 나면 실직자가 된다. 그러면 또다시 입사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계약직은 정규직보다 임금도 적고 사회보험이나 각종 기업복지에서도 배제된다. 소속감과 책임의식이 낮아 결국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노사정 합의정신에 따라 정규직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규직이 되면 노동조건이 대폭 개선되는 만큼 청년들도 선원의 꿈을 키울 수 있다. 다행히 지난해 말 제일인터내셔널·대우로지스틱스 등 6개 해운업체에서 노사가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런 사례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어획량이 줄어 어선원 생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금어기·휴어기 때 일자리를 잃는 어선원들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잘 알다시피 수산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 총허용어획량(TAC)은 감소하고 수입수산물은 늘면서 어가 하락속도가 가파르다. 한일 어업협정 결렬로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는 조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멀리까지 고기를 잡으러 옮겨 다니다 보니 유류비가 증가해 이중 삼중 고통에 시달린다.

금어기와 휴어기는 수산자원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문제는 선원들이 실직하게 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점이다. 어선원들이 배를 떠나는 이유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어선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어종 보호를 위해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등을 통해 어업 허용 대상과 기간을 종류별로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명태의 경우 올해부터 1년 내내 크기와 상관없이 포획이 금지된다. 주꾸미도 지난해부터 5월에서 8월까지는 금어기다.

휴어기는 법률상 금어기가 아닌 조업가능 기간에도 일정 기간 어업을 하지 않고 쉬는 제도다. 어종별로 연간 어획할 수 있는 어획량을 총허용어획량으로 정하고, 휴어기가 되면 해당 업종 전체가 조업을 하지 않는다. 현재 고등어·꽃게 등 11개 어종에 대한 휴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와 휴어기를 실시하는데, 이 기간 실직상태인 어선원들의 생계를 지원할 근거가 미비하다."

- 육상과 달리 해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내국인보다 최저임금을 적게 준다. 연맹 입장은 무엇인가.

"외국인 선원과 내국인 선원의 임금차별에 반대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으로 내국인 노동자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노동조건이 악화됐다. 연맹은 이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육상노동자와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노사 합의를 이끌어 냈다. 국제노동기구(ILO) '2007 어선원 노동협약'이 2017년 11월16일 발효됐다. 정부도 어선원 노동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어선원 노동조건의 차별 특례 조항 폐지가 핵심이다."

-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해운산업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어떤 논의를 하고 있나.

"정부가 지난해 위기에 빠진 해운업을 지원한다면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은 전혀 없었다. 계획에 따르면 정책금융으로 건조되는 선박이 앞으로 200척 넘게 나온다. 이런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이, 정규직 선원이 타야 한다. 한국인 선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은]
집안 대대로 바다에서 생업
부산항연안여객선 파업으로 노동운동 길로


1960년 경남 거제시 '눈을 뜨면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바다 사나이였다. 17살에 고등학교 입학금을 마련하지 못해 1천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갔다. 남포동의 한 식당에 취업했다가 결국 바다 장어를 잡는 통발배를 탔다. 바다가 숙명이었다. 77년 조리원으로 대형선망에서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87년 민주화의 봄은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도 찾아왔다. 88년 5월 부산항연안여객선 파업을 이끌다 해고됐다. 이후 국적선노조에 조직부 차장으로 입사해 선원 노동운동을 했다. 부산수산노조를 거쳐 전국선망선원노조에서 활동했다. 2003년 선망선원노조 위원장에 당선한 뒤 5선을 했다. 2018년 조합원이 7만명에 이르는 전국해상선원노련 초대통합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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