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근로자대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다.

“노조 없는 곳 위해 필요, 종합 정리해야”

17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 근로자대표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별도 분과위원회가 설치된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만큼 별도 분과위원회에서 근로자대표 제도개선을 다루겠다는 것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 14일 오후 박운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이런 뜻을 밝혔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합의를 하면서 가장 우려된 것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었다”며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에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근로자대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기준법만 봐도 탄력근로제뿐 아니라 휴가제도·경영상 해고제도·취업규칙 불이익변경까지 근로자대표 문제가 걸쳐 있어 종합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가 지난달 19일 도출한 노사정 합의문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임금보전 방안이 담겨 있다. 그런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간 서면합의를 적용하는 조항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할 경우 임금보전 방안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노조가 없거나 약한 사업장에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70.5%는 근로자대표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도 있다. 노동계가 근로자대표 서면합의(동의절차) 의무의 법적 실효성 확보조치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다수 노동관계법에 적용되는데도
구체적 규정 없는 ‘근로자대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제도는 탄력근로뿐 아니라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보상휴가제 △야간근로와 휴일근로 제한 등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하는 각종 근로시간제도 시행에 적용된다. 근기법 내에서도 경영상 해고·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관련해서도 근로자대표와의 합의 조항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고용보험법·고용정책 기본법에도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합의·동의하거나 요청·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근로자대표가 행사하는 권한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노동관계법에는 ‘근로자대표’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와 대표 권한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노동부가 지침에서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 그 노조,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 해석하고 있을 따름이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근로자대표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에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유연근로제에서 말하는 근로자대표와 다른 근기법 조항에 명시한 근로자대표와의 관계, 근기법상 근로자대표와 다른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대표와의 관계도 모호하다.

근로자대표 제도와 유사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단체협약,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제도까지 아우르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자대표 제도에 대한 문제는 탄력근로 합의 때문이 아니라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다”며 “미조직 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노사가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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