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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넘어갈 듯하거나 숨 막히거나 , 우유니 자동차 여행
▲ 최재훈 여행작가

우유니 시내를 출발해 이틀째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다. 6명 정도씩 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몇 대가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제법 멋지게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출발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1위인 소금사막에서 기어코 인생샷을 만들어 내겠다며 갖가지 연출로 찍고 또 찍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까. 그러나 딱 하루가 지난 지금 소금사막에서의 한때는 벌써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하얀 소금 위에 회색 바퀴 자국만 남긴 채 소금사막을 빠져나온 차는 이제 물이란 물은 모두 증발해 버려 습도가 0%라고 할 만큼 마른 행성 한가운데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붉은 빛의 황량함만이 차창 밖을 가득 채우고 있다. 휴대전화의 고도계는 늘 해발 4천미터 근처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콧속의 실핏줄은 말라 터져 따가웠고, 일행들은 여기저기서 마른기침을 뱉어 내고 있었다. 어떤 이는 허파꽈리가 튀어나올 것 같다고도 했다. 잠시 차가 멈춘 틈을 타 야심 차게 담배 한 모금 빨아 보려던 일행은 결국 자신의 허약한 ‘빨력’을 탓하며 맛없는 담배를 비벼 껐다.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가 줄어든 탓에 담배가 잘 타지도 않고, 빨리지도 않는 것이다.

소금사막의 기억은 단기기억상실 된 지 오래고, 남은 것은 여행의 혹독함뿐이다. 일행들의 머릿속은 뜯어보지 않아도 빤하다. “이런 사서 고생, 그것도 개고생을 왜 하는 거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향해 SUV는 달리고 또 달렸다. 우리는 그저 말없이 각자의 생존에 매달려 사투를 벌이고 있을 뿐이지만, 차는 협곡을 지나고 구름을 스치며 멈춤 없이 나아간다. 멈추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먼지 낀 자동차 오디오에서 나오는 뽕짝과 타령, 컨트리 음악이 짬뽕된 것 같은 페루 대중가요. 몸은 정말 미칠 지경인데 저 노래의 중독성은 더 미칠 지경이다. 모든 감각이 미칠 지경을 넘어 초감각 상태에 이를 즈음 차는 해발 4천400미터를 찍고 마지막 하루를 보낼 숙소에 도착했다. 고산지대의 찬바람이나 겨우 막아 줄 것 같은 허름한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기대라고는 1도 없었다. 어떻게든 하루 더 버틸 각자의 각오를 다질 뿐.

하지만 숙소 아래쪽에 펼쳐진 풍경의 역습. 땅바닥 여기저기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그 한편에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고 있잖은가. 하늘 바로 아래에 펼쳐진 노천온천이라니, 여긴 해발 4천400미터라고! 허겁지겁 저녁이랄 것도 없는 음식을 해치우고 온천물에 몸을 담근다. 하아, 개고생의 끝에 이런 꿀맛이 있을 줄이야.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달덩이가 둥실 온천 위로 떠올라 그나마 남아 있던 현실감을 죄다 챙겨 간다. 이게 끝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텐데 진짜 쇼가 머리 위에서 준비되고 있을 줄 몰랐다. 온천에서 돌아와 몸을 말리고 잠시 바람을 쐬러 숙소 앞에 모여든 사람들. 누군가의 외침과 손짓에 모두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외마디 탄성. “우와~” 남반구의 하늘을 말 그대로 환상적으로 가로지르는 은하수 물결이 거기 있었다. 몸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면 아마도 몇 방울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를 순간이다. 여행과 인생이 닮았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한껏 최고조로 치닫더니, 하룻밤 새 끝도 모를 바닥을 향해 처박히기도 하고, 다행히 다른 밤을 쉬어 갈 피난처를 구하기도 하는 것. 그 길에 콧구멍 실핏줄 같이 터진 동행들 몇이 있어 그래도 견딜 만한 것. 여행에서 특별한 인생의 교훈을 얻을 건 없다. 그저 이런 순간을 통해 일상에서 무뎌진 나와 주변에 대한 감각을 슬쩍 흔들어 깨어 보는 정도로도 여행은 할 만큼 하는 셈이니까. 우유니 횡단 투어는 2박3일짜리 패키지여행 상품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예매할 수 있는데, 여행사에 따라 20만~25만원 정도로 가격 차이가 있다. 우유니에서 출발해 우유니로 다시 돌아오거나, 칠레로 넘어가 아타카마 사막을 찍고 칠레나 아르헨티나 여행으로 이어 갈 수 있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따로 반나절짜리 해돋이 여행을 하는 게 좋다. 횡단 투어만으로 버킷리스트 1위를 보내 버리기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여행작가 (ecocjh@naver.com)

최재훈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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