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지난 4일 오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절차에 돌입할 뜻을 밝혔다.<제주도청>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11일 공개했다. 사업계획서에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국내자본 우회투자나 병원사업 경험 전무 같은 세간의 의혹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연관된 업체가 병원 운영지원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공개된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보니 사업계획서에는 이미 공개된 8페이지짜리 ‘2015년 6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요약본에는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요약본에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녹지그룹이 100% 투자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사업계획서 본문에는 100% 사업주주인 녹지그룹 외에도 ‘사업시행자 해외의료 네트워크’에 참여한 업체가 명시됐다.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 ‘주식회사 이데아(IDEA)’가 장본인이다.

이날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일부 비공개 별첨자료에는 “이데아와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가 병원의 의료진 채용 및 운영지원, 병원의 해외환자 유치 지원, 병원의 해외환자 귀국 후 사후관리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와 이데아·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는 이 같은 협약을 2015년 5월14일 체결했다.

문제는 중국인이 대표자인 BCC와 일본인이 대표자인 이데아는 한국 의료진·의료기관이 연관돼 있는 업체라는 점이다. 중국 BCC는 베이징·상하이·톈진을 비롯한 중국 전역 18개 미용성형 분야 병원에 투자했는데, 이 중 상하이서울리거병원의 총원장은 홍성범 전 BK성형외과 원장이다. 그는 세계 최대 보톡스회사 ㈜휴젤 창업주다.

일본 이데아 의료네트워크 중 하나인 동경미용외과의 의료 자문의에도 홍성범 원장 이름이 올라 있다. 홍 원장과 서울리거병원이 중국 BCC와 일본 이데아를 매개로 제주도 영리병원에 우회투자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병원사업 경험 증명 안 돼”

해당 사업계획서에는 녹지그룹측의 유사사업 경험(병원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도 없었다. 제주에 외국인이 영리병원을 개설하려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업계획서는 녹지국제병원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주요 사업을 ‘관광호텔업·휴양콘도미니엄업·노인복지시설운영업·의료서비스업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업을 시행한 명확한 증거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100% 지분을 가진 녹지그룹의 경우 주요사업이 부동산·에너지·금융·호텔 및 상업운영·건축산업건설로 명시됐다. 역시 의료서비스업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업무협약을 맺은 이데아나 BCC가 병원 운영 경험이 있더라도 녹지국제병원 투자자인 녹지그룹과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모두 직접적인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병원사업 경험 전무는 사업계획서 승인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400페이지 중 133페이지만 공개, 비공개된 내용엔?

한편 제주도는 이날 400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 중 133페이지만 공개했다. 올해 1월 제주도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원본’ 비공개 결정에 따른 청구인 이의신청건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린 부분공개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심의위는 사업계획서 주요 본문은 공개하되, 법인정보가 포함된 별첨자료는 제외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사업계획서 원본을 예외 없이 전면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영명 노조 기획실장은 “공란으로 공개된 사업시행자 해외 의료 네트워크 첫 부분이 공개돼야 녹지측과 BCC·이데아 간 업무협약의 전모를 파악해 국내자본 우회투자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BCC와 이데아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에 어느 정도의 투자지분을 갖고 있는지 등이 파악돼야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 실장은 "BCC와 이데아에는 한국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국내자본의 우회진출 의혹은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고, 사업계획서 승인의 결격사유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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