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 3차 본위원회에 불참한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대표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가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위원 3인의 불참으로 두 차례 파행을 겪었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논의 과정에 계층별 대표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의사결정구조 개편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일부 위원만 불참해도 전체 의결이 불가능해지는 의사결정구조를 고쳐야 파행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거듭된 본위원회 파행 원인을 의사결정구조에서 찾기 전에 옛 노사정위원회(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든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사회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경사노위 설립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미숙한 운영방식,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라는 답과 논의기간을 던져 놓고 합의를 종용한 정부·정치권의 '사회적 대화 몰이해'가 근본 문제라는 비판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의견 반영할 '운영방안 개선' 시급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박태주 상임위원은 11일 오전 3차 본위원회 직후 경사노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의 의사결정구조와 운영방안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주 상임위원은 "경사노위 출범 이래 수차례에 걸쳐 계층별 대표들의 이해가 제도적으로 경사노위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안타깝게도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탄력근로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취약하고 소외된 노동자들의 이해가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과정 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사노위는 그럼에도 불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의사결정구조 자체를 바꾼다는 방침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박 상임위원은 '1차 내부검토'라는 것을 전제로 "의제별위원회와 업종별위원회의 의결절차가 반드시 본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조항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없다"고 말했다. 본위원회 의결 없이 의제별·업종별위원회만 거쳐도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과 공익위원 4명 등 18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현재 17명이 본위원회 위원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따르면 노사정이 각각 절반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의결할 수 없다. 경사노위는 이번 사태가 다른 이슈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구조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의사결정구조 개편에 앞서 계층별 대표 3인이 비판한 '운영상 배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도 관심사다. 실제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 과정을 계층별 대표들과 본위원회 공익위원들에게 공유한 적은 없다. 지난달 19일 '한국노총-한국경총-노동부' 간 합의가 이뤄지고 나서 사후설명을 했을 뿐이다. 밑에서부터 논의를 공유하는 내부장치, 프로세스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주문형 사회적 대화'로 첫단추 잘못 뀄다

이른바 '주문형 사회적 대화'의 한계 또한 드러났다. 국회 요구로 시작된 탄력근로제 문제는 논의 과정 내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관철하기 위해 국회는 "12월까지 논의를 끝내라" "2월까지 끝내라"는 식으로 경사노위를 압박했다. 이제 첫발을 뗀 경사노위에 '탄력근로제'라는 논쟁적 안건을 떠넘겨 버린 것이다. 노사정 합의문도 데드라인을 앞두고 나왔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경사노위가 합의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동계 한 축이 빠진 상태에서 어렵게 논의를 진행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합의에 대한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들의 반대 또한 중요한 사회적 대화 파트너의 의견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사노위가 여성·청년·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불참 탓에 계층별 대표들에게 상대적으로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계층별 대표들이 민주노총에 "사회적 역할"을 거듭 당부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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